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고 했다. 가을에 수확한 햅쌀, 과일, 채소 등이 아주 맛있고 영양도 많을 때다. 옛날 같으면, 여름에 농사하느라 지친 몸을 가을에 충분한 영양 공급으로 원기 회복해서 추운 겨울 동안 큰 병 없이 넘길 수 있게 하는 감사한 때인 것이다.
요즘은 사시사철 먹을 것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못 먹는 고민을 하는 사람보다 너무 먹어서 고민이라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우리 주위에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분들이나 저 멀리 빈민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고민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영 어이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식욕이 과해지는 것은 단순히 무절제한 식습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첫째, 잦은 과음이나 불규칙적인 식사로 위장에 습열(濕熱)이 생긴 때다. 소화기관에, 비 오기 전의 꿉꿉한 날씨처럼 습기가 어리게 되면 장마철처럼 열기가 생기기 쉽다. 이 열로 인해서 배고픔을 쉽게 느끼고 과식을 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땀을 쉽게 흘리고 갈증이 있어서 시원한 물을 많이 찾는 편이다.
둘째, 마음의 허전함과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다. 이런 과식은 정서 상태에 따라 식욕의 변화가 심한데, 한동안은 폭식을 했지만 한동안은 안 먹는 식이다. 그리고 정신이 몸의 변화에 둔감해서 배가 부른 느낌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위의 두 가지에 대해 위장의 습열을 없애주거나, 정서상의 문제로 일어나는 기운의 불균형을 조정해서 식욕을 적절한 수준으로 회복시킨다. 무엇보다 스스로 규칙적인 식사와 조금 덜 먹은 듯한 느낌을 즐기는 식생활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올가을에는 절제의 즐거움으로 더욱 풍성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되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