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제조업계의 성장세가 전년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치수요의 꾸준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후발업체들의 난립에 따른 발목잡기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의 터치제조사 디지텍시스템스(대표 이환용)은 당초 올해 매출목표를 전년도 41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8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해마다 100% 이상 매출신장세를 유지해왔다. 올해도 쾌속성장을 낙관했지만 왠지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 상반기 매출은 2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 늘어나는데 그쳤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성장세가 한풀 꺾이자 올해 매출목표를 다시 600억원 내외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일진디스플레이에 합병된 에이터치도 아직 괄목할 성장세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에이터치는 상반기 터치스크린 매출은 100억원에 크게 못미쳐 전년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터치시장에 뛰어든 몇몇 후발업체들도 야심 찬 계획과 달리 매출성장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터치스크린 제조업체가 2006년 초보다 세 배 늘어난 24개에 이르면서 출혈 경쟁을 빚고 있는 데다 수요 증가마저 둔화했기 때문이다. 신생 터치스크린 제조사 대부분은 아직 품질안정화를 이루지 못해 부가가치가 높은 휴대폰용 터치윈도는 만들지 못하고 내비게이션에 장착되는 저항막 터치스크린이 주수익원이다. 문제는 내비게이션 시장의 침체로 올들어 저항막 터치스크린 수요가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했다는 것. 벼랑 끝에 몰린 신생 터치스크린 회사들은 가격덤핑에 나서고 다시 선두권 기업들의 매출에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에이터치의 정수 이사는 “지난해부터 터치스크린 사업에 과잉투자를 우려했는데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