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서 `물량공세`로

  일본·대만·미국 메모리업체들과 하이닉스가 감산체제로 돌아선 가운데 삼성전자가 생산성 확대라는 역공으로 경쟁사 따돌리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선도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생산성을 위한 양산기술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부터 입증해 온 메모리 신성장론(황의 법칙)도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황의 법칙은 ‘1년마다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1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보다는 양산경쟁력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지난 2월 개발한 3차원 ‘셀 스택’ 기술을 내년에 양산하는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제품의 생산성 확대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인 데다 주요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을 발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기술 개발보다 제품을 많이 만들어 규모의 경제로 경쟁업체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쓸 뿐 아니라 아무도 넘볼 수 없는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전략수정은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후발업체들을 압박,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차원 셀 스택은 128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여러 개의 칩을 쌓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메모리 셀을 연속으로 쌓는 기법이다. 삼성은 이를 내년에 생산할 32Gb 제품에 적용, 동일 용량 제품일 경우 경쟁사 대비 30% 가량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져나온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건도 낸드플래시 제품의 생산성 제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D램에 적용되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이른데 이어(본지 9월 3일자 참조)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황의 법칙’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면서 더이상 반도체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공식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문정·설성인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