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을 재생해 주는 MP3플레이어와 주변기기인 이어폰의 역할이 뒤바뀌고 있다.
재생기기인 MP3플레이어는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가격 하락 및 디자인 가미로 액세서리로 진화했다. 미키마우스의 귀여운 얼굴을 형상화한 레인콤의 ‘엠플레이어’, 삼성전자의 조약돌 MP3플레이어(YP-S2) 등은 5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컨드 MP3P’ 시장을 열었다.
반면에 이어폰은 고가의 제품이 속속 출시되며 음악 감상을 위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어폰에 수십만원을 투자하는 마니아층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MP3플레이어·휴대폰·PMP 등 휴대형 음악 재생기기가 범람하며 상시 음악을 듣는 저변 인구가 어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좋은 음질을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박태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강렬한 레드 컬러의 헤드폰을 낀 박태환이 경기장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색다른 이어폰·헤드폰이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박태환 헤드폰의 주인공은 크레신의 ‘피아톤(PHIATON) MS400’. 이 제품의 가격은 34만원으로 초고가다.
조도용 크레신 부장은 “이어폰과 헤드폰은 더이상 주변기기가 아니다”며 “음질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며 고가의 이어폰 시장은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크레신이 수출 전용 모델로 계획한 이 제품은 올림픽 효과로 지난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국내 출시를 결정하기도 전에 오픈마켓에 역수입된 수출용 제품이 등장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필립스도 최근 하이엔드 이어폰 ‘SHE9850’을 12만5000원에 출시했다. 트랜스듀서 방식의 HD 스피커 드라이브와 정확한 음향 조율을 거쳐 미묘하고 섬세하게 음질을 잡아준다. 함께 출시한 ‘SHE9800’은 낮은 베이스를 잘 잡아줘 록·메탈·힙합 등의 음악을 즐겨듣는 층을 겨냥했다.
필립스의 이어폰을 유통하는 필스전자 황순안 사장은 “이어폰은 음을 전달하는 최종 기기여서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기기 자체보다 이어폰에 투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며 “이를 간파한 소비자가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을 이끄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