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근찬 하나IB증권 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폐쇄적인 한국적 투자은행(IB)사업모델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현재 증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IB사업부 조직 모델이 우리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업계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하나IB증권의 IB부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부터 IB사업부의 팀제를 폐지하는 등 파격적 횡보를 보였다. 한국적 IB사업모델 타파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5년 대한투자증권(현 하나대투증권)을 인수한 뒤 리테일 영업 위주로 육성했다. 기존 계열 증권사인 하나증권(현 하나IB증권)은 투자은행(IB) 전문 증권사로 재편해 현재의 양 증권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결국 하나금융지주가 규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서 이런 혁신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2일 계열 증권사인 하나대투증권과 하나IB증권을 합병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두 증권사는 큰 무리없이 이사회의 합병 결의, 주주총회 승인, 금융위원회 인가 등을 거쳐 내년 1월 통합법인으로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법인은 자기자본 1조3000억원대의 국내 10위권 증권사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IB증권은 이미 지난해 IB 부문을 제외하고 전체 인력의 90%와 영업점을 하나대투증권에 합병시켰다.
그러나 합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합병으로 증권사 규모는 커지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효율성을 나타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하나IB증권의 경우 분권화에 의한 책임경영으로 IB부문에서 나름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훼손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가 비판을 의식해 양사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관리 부문과 IB부문을 별도의 조직처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의도대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