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원자재 가격 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이는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 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주요 기업이 고유가와 환율 등으로 원자재 가격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어서 LG전자의 이번 조치는 다른 제조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대표 남용)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새로운 ‘원자재 가격 관리 시스템(Material Cost Management System)’ 구축에 들어갔다고 15일 밝혔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 4월 최고 구매 책임자인 토마스 린튼 CPO 산하에 생활 가전·디스플레이·미디어(DA, DD, DM) 사업본부 구매담당자를 중심으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빠르면 내년 1분기까지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끝마친 후 바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LG전자 측은 “새 가격 관리 시스템은 LG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서 차지하는 원자재 비중과 가격을 분석해 구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게 목적”이라며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자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LG전자가 새로 구축하는 MCMS는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원점에서 전면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 시스템은 △전사는 물론 각 사업부, 제품별 원자재 가격과 비중의 변화 추이를 알아볼 수 있고 △수개월 내의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까지 분석, 중장기 구매 전략까지 세울 수 있도록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자재 가격과 제품 판매 가격, 환율 요인을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제품 생산량에서 부품 추가와 제거, 가격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영향까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모델 별로 원자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최고(베스트)’와 ‘최악(워스트)’ 모델을 분류해 가장 최적의 원자재 구매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다.
워스트 모델로 분류되면 궁극적으로 생산 중단까지도 검토하는 등 단순한 가격 관리가 아닌 경영 시스템까지 연동키로 했다.
LG전자는 새 모델을 개발을 위해 서강대와 국민대에 외부 용역까지 진행할 정도로 전사 차원에서 상당한 비중을 두고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LG전자 측은 “원자재 비중이 높은 모델과 가격 변동 폭이 심한 제품을 대상으로 비용 혁신(Cost Innovation) 활동을 강화해 원자재 비용을 절감해 나갈 방침”이라며 “제품별 라이프 사이클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해 이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 주재로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비공개 경영 전략 회의를 여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 양종석기자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