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를 바탕으로 ‘한양공대 2.0’을 이끌려 합니다.”
지난 8월 한양대학교 공대는 새로운 인사 실험을 단행했다. 공과대 내 학과를 4개 학부로 묶고, 각 학부를 책임지는 학장을 임명과 함께 전체를 총괄하는 부총장급 대학장을 신설한 것. 통상 ‘1단대 1학장’인 것을 고려할 때 4명의 학장 선임은 타 대학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치 SK텔레콤 등에서 볼 수 있는 소사장제와 흡사한 모습이다.
이번 인사에서 공대 대학장으로 임명된 임승순 분자시스템학과 교수(60)는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임승순 학장은 “한양대 역사는 공대 역사라고 할 만큼 공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이번 인사는 실용학풍을 가진 한양공대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개혁 드라이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임 학장은 지난 72년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공대 동문이다. 일본 도쿄공대에서 석·박사를 받은 뒤 82년 한양대에 자리를 잡았다. 학부부터 따지면 40년이 넘는 시간을 한양공대와 살아온 셈이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한양공대의 장단점을 잘 안다. 개혁도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취임 후 임 교수는 학장으로서의 첫 목표를 세 가지로 잡았다. 그는 “한양공대만의 색 찾기, 교내 학술교류를 통한 융합연구 활성화, 교수 연구지원 현실화 등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따로 또 같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개혁도 강력하게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2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임 학장의 스케줄은 이미 꽉 차 있다. 공대 학제 개편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 이번 개편으로 당장 내년 3월부터 건축대학을 공과대 내로 편입해 △제1대학 건축학 △제2대학 전자통신컴퓨터공학 △제3대학 응용 화공생명공학 △제4대학 기계원자산업으로 등으로 나눠 운영하는 만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부 의견조율이 시급하다.
임 학장은 “기본원칙은 독립채산제(자율예산)이지만 공대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해 우수한 곳에 더 많이 지원할 계획”이라며 “물론 평가는 절대량이 아닌 학과별로 성장속도나 정도를 파악하는 ‘질적 스탠더드’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임 학장은 각 대학을 양적인 논문 수나 연구 결과 등의 경쟁이 아닌 학과별 특성에 맞춘 질적인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공대 전체가 성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혁 드라이브에 한창인 임 학장은 시간을 쪼개 공대 교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고 있다. 서울캠퍼스와 안산캠퍼스를 합치면 공대교수만 450명이지만 모두 만나볼 예정이다.
임 학장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세부적 내용들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계획 수립 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계속 교수·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그는 “학장실에만 앉아있는 학장은 되지 않겠다”며 “한양공대 변화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