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정보격차 해소 급하다

[통일칼럼]남북 정보격차 해소 급하다

 박찬모/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전 포스텍 총장

 

 지난 9월 9일은 북한의 건국 60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기념행사에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그의 중병설만 무성했다. 수술 경과가 좋아 지금은 회복 단계라 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 IT 교류 협력 사업도 장기적 안목과 모든 여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발간한 2008 정보격차해소 백서를 보면 남북 간 정보격차는 매우 크다. 북한은 1984년 김일성 주석의 유럽 8개국 순방 이후 정보기술 정책을 수립했으며 1988년에 시작한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 이후 정보산업 분야에 본격적 투자를 단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일부 전문가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외하고는 초보적 단계다. 그것은 국내적으로 심각한 경제 사정으로 인해 컴퓨터 보급이 매우 부진하며 체제 위협을 느껴 인터넷 도입을 외국인이나 특수층을 제외하고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코콤, 바세나르협약, 미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 같은 규제로 IT산업 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기자재 및 기술도입이 곤란하다. 이런 한계는 북한이 미국정부의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서 제거돼야만 완화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통일을 염원한다. 그러나 여건이 마련되기 전에 통일이 온다면 혼란이 발생하고 통일비용이 막대하며 통일 후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21세기 지식기반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남북 간 정보격차는 통일과정과 통일 후 사회안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통일에 대비한 북한의 정보화를 적극 지원하고 남북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다행히 북한의 정책도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진 과학기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즉 선진국에서 이미 연구한 과학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체 힘으로 연구하는 것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했으며, 과학기술을 주체적으로 발전시키라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대주의와 교조주의를 반대하라는 것이지 결코 다른 나라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10여년 전 한국어로 된 과학기술 서적마저 반입을 금지했던 북한의 정책에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또 해외 선진 과학기술 습득을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 정보기술자 양성, 컴퓨터를 이용한 과학기술 정보수집 및 분석 강화, 외국이나 해외 동포학자들과의 공동연구 활성화를 꼽았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내년 봄 대학원 신입생을 맞게 될 북한 내 첫 번째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설립목적과 잘 부합하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즉 평양과기대는 정보통신공학, 농생명식품공학, 산업경영, 보건의료 및 건설기술 분야 고급 전문가 양성과 함께 지식산업복합단지를 두어 그곳에 입주하는 남한 혹은 해외 기업 및 연구소와 공동연구해 교육과 산업을 연계할 계획이다. 또 대학 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에 요청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 단둥에 있는 하나소프트교육원에서는 우리민족인재양성센터 주관으로 북한의 IT 전문가를 대상으로 컴퓨터그래픽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및 자바 전문가 과정 등 한번에 약 30명씩 9차례에 걸쳐 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교육도 장소를 개성으로 옮긴다면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평양과기대의 개학과 하나소프트교육원의 개성 이전이 하루속히 실현돼 남북 간 정보격차 해소에 이바지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parkcm@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