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기업은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확대했다.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상반기 R&D 투자 규모는 총 5조808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4조5801억원에 비해 10.9% 늘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R&D에 3조2544억원을 투자, 상위 10개사 전체 투자의 절반을 웃돌았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9%와 4.1% 확대한 8140억원과 2209억원을 R&D에 투자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도 작년 대비 50% 이상 R&D 투자(3661억원)를 늘렸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R&D가 기업 경쟁의 핵심으로 경쟁력 유지를 위해 불황 속에서도 계속 된다”며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와 녹색 신제품 관련 제품 개발에 대부분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R&D 투자는 금액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고 이를 상품으로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고성과 R&D 조직을 만드는 비결’ 보고서는 미래 시장을 결정한 효율적 R&D 투자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보고서는 우선 비즈니스와 R&D의 접목을 요구했다. 사업성 있는 제품 개발과 핵심기술 개발 사이에서 양쪽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는 것. 남들이 갖지 않는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면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중하면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녹색산업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서도 단기투자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특히 창의성과 효율성의 적절한 R&D 조직의 조화도 지적했다. R&D의 핵심인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리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자칫 조직이 느슨해지고,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R&D 조직 관리자는 창의성과 효율성의 균형 맞추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국내 전체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94억달러로 GDP 대비 1.05%에 이른다. 미국(1360억달러)과 일본(325억달러), 독일(223억달러) 등에 비해 절대 투자 액수는 적지만 GDP 대비 비중은 0.3%포인트 이상 높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R&D 투자는 극히 취약하다. 2006년 기준 한국 기업의 총 R&D 투자금액은 286억달러로 미국 3437억달러, 일본 1512억달러와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의 376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때마침 정부는 1만6000여개에 달하는 기업연구소의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 등 각종 지원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교과부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해 기업군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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