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발굴에 국경을 없애고, 확보된 인재는 적재적소에 배치하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기업 경영 환경에서 핵심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처절하게 펼쳐지고 있다. 과거 인력 채용이 빈자리를 채우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활동으로 자리 매김했다.
그러나 인재 확보는 진정한 인재 경영의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 최고의 인재가 모여,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의 자질과 적성에 맞는 용병술과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인재 영입, 국경은 없다=국경이 사라진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 상황에서 인재 확보 전략도 국경을 뛰어넘고 있다.
LG전자(대표 남용)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최근 1년간 외국인 경영진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남용 부회장은 국경을 망라한 전 세계 고객의 만족과 ‘피플 컴퍼니’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은 활동은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의 대다수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새로운 실험으로 연결됐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구매책임자(CPO),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인 전문가들을 최고경영진으로 영입했다.
특히 최근에는 최고 Go-To-Market 책임자(CGTMO)를 신설하고 미국인인 제임스 셰드 부사장을 추가로 영입했다. 이로써 LG전자 본사 최고경영진 7명 중 외국인은 5명으로 늘어났다.
셰드 부사장은 CEO 직속의 본사 최고경영진이지만, 업무 수행과 조직 구성은 미국 뉴저지에서 진행한다. 세계 최대 시장이며 LG의 전략 시장인 미국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LG전자는 또 임원급을 포함해 80여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국내 및 해외 법인을 통해 영입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인재 채용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이 회사의 전략과 맞아떨어져 각 사업부의 수출 및 해외 브랜드 향상에서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휴대폰은 지난 1년간 7% 수준이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리며 LG전자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했으며, 드럼세탁기 등 가전 사업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용병술을 마련하라=동일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재라도 어느 부서와 어떤 업무 환경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전 세계 초정밀기계 제조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 주켄공업사의 마쓰우라 모토오 CEO는 “최고의 수재를 확보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인재들은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회사도 결국 쇠퇴해 간다”고 일갈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신입사원 채용 동향에 따르면 어렵게 선택한 신입사원의 23.7%가 입사를 포기했으며, 또 1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도 2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인재를 모아 놓았다고 안심하는 그 순간부터 쇠퇴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 숨어 있는 인재를 최고의 인재로 키우기 위한 회사의 인재 용병술이 미래 인재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같은 용병술의 시작은 인재의 자질과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업무 성과와 태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재능을 갖춘 상태에서 노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환경은 조직원들이 창조적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달성해야 할 비전과 목표에 비해 자신의 현재 모습과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엄격한 책임관리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또 끊임없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도 필요하다. 핵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잡다한 업무들이 과중하게 부가되면 인재는 쇠퇴하게 된다.
결국 핵심 인재 확보와 함께 체계적인 내부 활용방법을 얼마나 최선으로 유지하는지가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 요건이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또 확보된 인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기업들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황인경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기업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며 “확보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꾸준하게 점검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도리코 “48년간 1등 자리를 유지한 비결은 직원들의 행복”>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는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자, 비전은 직원’이라는 경영원칙으로 직원 중심의 인재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회사의 노력이 직원들의 긍정적인 노력과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져 창립 이래 사무용 복합기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어, 인재 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도리코는 조직과 개인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인사 제도와 글로벌 역량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인력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신입사원 교육부터 시작해 직급별 직능교육과 직무전문화 과정으로 연결되며, 간부급 직원에게는 조직 커뮤니케이션 및 혁신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는 등 단계별로 제도화돼 있다.
직종별로도 영업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프로페셔널 세일즈 코칭’ 교육 과정을 비롯해 능력별·상황별로 다양하게 교육 과정이 개설돼 있다. 기술사원을 위한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화 교육도 서울 본사·지방조직·대리점에 모두 실시해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기술부문의 인재양성에도 활발하다. 연간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연구 인력에 대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설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1994년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시스템(MDS)을 도입했으며, 1997년에는 3차원 CAD 시스템, 1999년에는 표준환경 시험기도 도입했다. 현재는 열충격 시험기, 무향실, 3차원 측정실, 고속 카메라 시설 등 최첨단 디지털 연구 환경을 마련하고 기술 기반의 성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일본·유럽·미국 등의 선진 기업으로 장·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외국어 교육, e-MBA 과정 등 직원들의 자기 계발과 함께 조직의 역량강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신도리코는 직원들의 역량 개발뿐 아니라 근무 환경 면에도 모범이 된다는 평가다. 유명 건축가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세운 사옥들은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을 정도다. 옥상 정원에 정자와 대나무 숲이 있는 서울 본사, 시냇물이 흐르는 아산공장, 3단 폭포가 떨어지고 정원과 전망대로 꾸며진 중국 청도공장은 아름다운 일터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행복과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의 노력은 직원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결국에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애사심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개선제안활동’은 연간 4000건이 넘고, 그 비용 효과는 10억원에 이른다.
양종석기자 j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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