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미래경영]콘텐츠·게임- "융합시대, 감성으로 소통한다"

[창간특집-미래경영]콘텐츠·게임- "융합시대, 감성으로 소통한다"

 DMB·IPTV 등 방송·통신 융합매체가 등장하면서 신규 콘텐츠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체는 변화하고 있고,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의 변화 역시 필연적이다.

 DMB와 IPTV의 출현은 멀티미디어형 부가 서비스 등 새로운 방송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갖가지 디지털 매체에서 문화콘텐츠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콘텐츠는 인문·문화예술·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산물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융합시대 문화콘텐츠 경쟁력은 각 분야의 고른 발전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혜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기반을 활용해 창의적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며 제도적 지원, 정책 인문학,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소통구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감성을 읽는 자, 콘텐츠를 지배한다=작년 8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표한 ‘기술 기반 삶의 질 향상 종합대책’은 영상,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즐거운 삶에 관련된 요소로 꼽았다. 모든 콘텐츠 성공의 시발점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감정이입, 감성표현, 감성인식 기능이 있는 감성 문화콘텐츠를 구현하는 데에도 다양한 기술개발이 필요해졌다. 감성 인식 및 표현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감성 콘텐츠 개발 기술은 다양하고 풍부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엔터테인먼트기술연구소(ETC)는 현재 ‘인식증폭(augmented cogni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감성형 문화콘텐츠 기술 개발에 나섰다. 뇌파를 통해 외부 기기를 조정하는 프로젝트로 사용자 기분을 분석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레인TV’나 뇌파로 미니 자동차를 조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감성 콘텐츠 개발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다. 생리적 지표를 판단 가능한 감성 유형으로 분류하거나 조합하는 ‘생리적 데이터 분석·조합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5∼10년 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실제 서비스를 위해 일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미미하다. 음악포털 서비스 도시락과 뮤즈를 운영하고 있는 KTF뮤직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언제나 자신의 감성과 상황에 잘 맞는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음악 감성, 지능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배경음악 서비스인 큐박스 역시 특허 출원한 감성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듣는 이의 감성에 맞는 특정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비슷한 감성끼리 소통=감성과 체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이를 공유하는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새로운 콘텐츠 이용 문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액티비전의 기타 게임인 ‘기타 히어로’가 인기를 끌자 기타 히어로의 밤과 같은 행사가 개최되면서 개인적으로 즐기던 비디오 게임을 함께 모여 즐기는 놀이문화로 바꿔가고 있다.

 KAIST에서는 체감형 게임 장비를 갖춘 게이머들이 실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접촉하면서 즐기는 게임을 연구 중이다.

 IPTV도 CUG(Closed User Group) 채널에서 비슷한 감성과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게이머나 이용자들은 단순히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콘텐츠 확대에까지도 나서고 있다.

 음악 작곡 프로그램인 뮤직쉐이크의 커뮤니티도 정보 교류를 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서비스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추석 특선 영화는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었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판도라TV, 엔디스크 등 온라인 사업자가 추석 특집 영화를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음악이든 영상물이든 과거에는 상상 못 했던 방법으로 콘텐츠를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는 콘텐츠 생산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다변화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의는 콘텐츠 생산자가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창구 다변화는 유통 방식 변화와 콘텐츠 가격 다양화를 불러일으켰다. 음악의 예를 보더라도 CD와 음원과 벨소리, 통화연결음에 책정되는 가격이 각각 다르다. 실제로 소비자도 동일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구매 경로에 따라 지급 의사가 다르게 나타난다.

 영화 쪽에서도 이런 창구 다변화에 대처하는 다양한 유통 방식에 관한 고민이 시작됐다.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와 같은 대형 배급사들은 그동안 내놓은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디지털 유통 환경에서 기술적 진화는 필수다. 콘텐츠 유통에 따른 수익 정산을 투명하게 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DRM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간헐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이 디지털 시네마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도 다양한 유통 경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콘텐츠 관리에 대한 힘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콘텐츠 생산자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기존의 미디어 구조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독립영화제작자, 인디 밴드들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외 인디밴드들이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는 창으로 마이스페이스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판도라TV는 이용자가 직접 제작해 올린 동영상의 조회 수에 따라 광고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해 프로슈머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 상상하는대로 보인다

 인기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 가면 ‘주인공을 죽이지 말라’ ‘누구와 누구를 이어달라’ 같은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작가가 완벽하게 써놓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자신이 상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보이는 콘텐츠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청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페터 바이벨 독일 예술과 기술센터(ZKM) 관장은 이 때문에 신경칩을 이용해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는 양자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양자영화 관객은 컴퓨터 경로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영화관에 앉아 있는 100명의 관객이 100편의 영화를 보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뇌파를 이용한 게임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의 이모티브시스템즈는 ‘에폭’이라는 헤드세트 모양의 장치를 머리에 쓰면 16개의 뇌파 감지센서를 이용해 생각만 해도 밀기·들어올리기·회전하기 등 간단한 행동을 게임 속 캐릭터에 명령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이용해 행동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 변화, 표정변화까지 읽어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경학이나 뇌공학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구조를 달라지게 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개발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KT가 제작 중인 IPTV 영화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제작 중인 ‘헬스클럽 미스 최’는 시청자가 영화를 보다가 리모컨으로 각기 다른 줄거리나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영화 중간에 삽입되는 배경이나 의상, 자동차 등을 클릭하면 해당 정보를 그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이미 IPTV라는 매체 특성을 살릴 기술적 방안을 고려한 시도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