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대형할인점 테스코에서 발급하는 할인쿠폰북은 사용률이 무려 40%에 이른다. 업계 평균 5%를 훨씬 웃돈다. 이유는 400여만종의 쿠폰북을 고객별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쿠폰을 구성할 때 기본적으로 자주 판매되는 품목 외에 고객별로 구매확률이 높은 품목의 할인쿠폰을 따로 포함한다. 이처럼 개별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고객특성에 맞춤한 마케팅을 기획한다는 경영기법이 CRM이다. 유통이 고도화되면서 미래 유통기업들은 객단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CRM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 부산 센텀시티 내에 들어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대표적 사례다. 고객별 구매성향을 파악한 뒤 등급을 차등 적용해 고객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나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상위층 0.3% 고객을 위한 휘트니스센터다. 최상위층 고객이 ID카드를 접촉하면 전용 엘레베이터로 10층의 휘트니스센터로 이동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어떠한 방식으로 고객을 구분하고 데이터를 축적할지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고객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안면인식시스템’ 등 최신 IT로 고객성향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백화점 각 매장 및 에스컬레이터 등에 150여대의 LCD 디스플레이가 설치된다.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에는 홍보용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지만, 동일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방송돼 별다른 홍보효과를 누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세계 센텀시티점는 매장별로 설치된 LCD에 각기 다른 콘텐츠를 원격 전송, 마케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처럼 CRM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활동들이 마케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에서 IT를 활용한 CRM을 미래에 적극 펼치리라는 데 공감했다. 신형원 삼성경제소 수석연구원은 “제조업과 달리 유통업체들은 그간 CRM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며 “그러나 미래에는 유통업계가 하드웨어적인 IT에 CRM을 적극 도입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욱기자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