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이 시장이 뜨겁다.
삼성SDI·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선도기업과 산요·파나소닉·마쓰시타 등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미래 생존을 걸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나선 것이다. 하이브리드카용 전지시장은 자동차 업계의 엔진 경쟁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가히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천지인 셈이다.
히지HEV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15년 하이브리드카(HEV)용 전지시장은 리튬이온계와 니켈수소계를 합쳐 총 8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표참조> 미국 글로벌인사이트는 같은 시기 시장 규모가 1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LG화학(대표 김반석)은 내년 국내 처음으로 시판할 하이브리드카(현대 아반떼형)용으로 3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분야에서 해외 동맹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의 에너지성(DOE)과 빅3 자동차업체(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로 구성된 컨소시엄 USABC(US Advanced Battery Consortium)로부터 460만달러 규모의 리튬 폴리머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 개발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GM이 개발 중인 플러그인 방식의 하이브리드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적용될 전지 업체로 선정됐다. GM과는 곧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공급을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LG화학의 2011∼2012년 하이브리드카 전지 매출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카 전지 가격을 개당 150만원으로 잡고, 연간 출하량을 약 40만개로 추정한 수치다. 가히 ‘금맥’을 캐는 것과 같은 형국이 만들어지게 된다.
LG화학은 내년 소형인 아반떼 모델용 전지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풀리면, 소나타급 중형 전지까지 도전하기로 했다. 고출력, 고안전의 중대형 전지모델 개발에 땀을 쏟는 이유다.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해외 합작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선다.
세계적 자동차부품 및 전장업체인 보쉬와 하이브리드카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SB리모티브(대표 박영우)를 출범시키고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SB리모티브는 각기 전문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양사의 기술·제품 협력이란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서 세계 정상급에 서 있는 삼성SDI와 배터리 시스템의 노하우 및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능력에서 탁월한 보쉬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HEV용 전지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배터리 시스템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단계적으로 플러그인 HEV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SB리모티브를 통해 오는 2010년 HEV용 고출력 배터리를 시작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플러그인 및 전기자동차(EV)용 대용량 배터리까지 확대되는 2015년 이후에는 매출 16억달러, 전 세계 HEV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설 계획이다. 삼성SDI와 보쉬는 HEV용 전지사업에는 향후 5년간 총 4억∼5억달러를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진호기자 jholee@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차세대기술 선점, 민관 맞손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하이브리드카용 전지의 차세대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쳤다.
휴대폰처럼 외부 전기로 충전해서 쓰는 차세대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의 핵심 장치인 전지 개발에 정부와 기업이 소통했다.
지식경제부와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최근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생산 빅3인 LG화학·SK에너지·SB리모티브(삼성SDI와 보쉬 합작사)와 ‘PHEV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력(MOU)’을 맺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전지 3개사는 PHEV용 배터리시스템을 오는 2013년까지 개발한다. 현대차는 처음 양산할 자체 PHEV에 이 시스템을 최대한 채택하기로 전지업체에 확약했다. 전지 개발은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최대한 높은 기술을 뽑아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되, 3개사의 과제 제안서를 바탕으로 2개사가 선정돼 3년 간 1단계 과제를 수행한 뒤 그 결과 평가를 거쳐 2단계에는 1개사만 추가로 2년간 지원받는 형태다.
PHEV는 가정용 전기 등 외부에서 충전한 배터리의 동력으로 달리다가 방전되면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의 전기동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자동차다.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보다 진일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래 성장의 핵심 중 하나로 밝힌 ‘그린카’와도 맥을 같이한다. 정부·업계의 관심이 그래서 집중됐다.
PHEV가 활성화되면 친환경 체제 구축은 물론이고 전후방 파생 산업 효과도 크다. 우선 전력 충전소 인프라가 깔릴 수 있다. 지금의 주유소처럼 충전소 인프라가 깔리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신규 일자리와 관련 산업 효과가 엄청나다.
◆HEV용 전지시장 전망
HEV용 전지는 현 2차전지의 대부분 수요를 차지하는 노트북PC, 휴대폰 등 모바일 IT기기용 수요 규모를 단숨 넘어설 그야말로 전지산업의 신성장동력이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와 국내외 전지업계의 개발 상황을 종합할 때 HEV용 전지시장은 오는 2011년께 본격적인 고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계획은 HEV의 일반 수요 및 보급을 확산시킬 수밖에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HEV용 전지가 전체 전지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는 2013년에 30%까지 늘고, 오는 2015년에는 4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 세계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도요타의 프리우스처럼, 조만간 200만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HEV용 전지수요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 20년 역사의 일본 전지경쟁력을 6, 7년 만에 완전히 따라잡은 우리로선 HEV용 전지시장에서도 그 기세를 몰아가야만 전 세계 전지산업의 선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업계 전망치 평균을 내더라도 2015년 70억∼80억달러에 이를 HEV용 전지시장을 두고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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