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쇼크]"시장 불확실성 일단은 제거"

  미국발 금융불안이 국내 외환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쳐 16일 원·달러 환율이 50.9원 폭등한 1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60원대를 기록한 것은 4년 1개월 만에 처음이며, 상승폭도 10년1개월 만에 최대다. 외환딜러들이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국내 외환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쳐 16일 원·달러 환율이 50.9원 폭등한 1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60원대를 기록한 것은 4년 1개월 만에 처음이며, 상승폭도 10년1개월 만에 최대다. 외환딜러들이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겠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긍정적이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 매각, AIG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정부와 관련기관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는 미국발 금융쇼크가 당분간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겠지만 그동안 불안감을 키워왔던 암초가 드러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16일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후 금융위기에 대해 우려감을 보이면서도 “리먼 사태가 파산신청으로 일단락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안전성을 빨리 제거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리먼 사태 등은 국내 문제가 아니라 해외 문제가 파급돼서 오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선 안되며 너무 휘둘린다든지 비합리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불필요한 국부 손실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금융위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새벽 긴급회의를 열어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과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예금 취급과 채무변제 행위 등을 금지하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총 해외자산의 규모는 615억달러로 전체 보유자산의 3%에 불과하고 리먼브러더스 투자 규모도 은행(1억2000만달러), 보험(2억1000만달러), 증권(3억9000만달러) 등 총 7억2000만달러로 회사별로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화조달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시도했다가 다른 리스크 때문에 발행을 연기했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인식되면 외환조달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단기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될 수 있어 외화차입여건이 단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외화 차입여건이 악화된다면 가뜩이나 높은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에 따라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은행권의 지급 준비 상황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 필요할 경우 스와프 시장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은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단기자금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 현상이 생길 기미가 보인다면 현재 일주일마다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RP 매각 규모와 시기를 조절해 단기자금 시장의 숨통을 터준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불안심리가 환율의 급변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의사도 분명히 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미국 금융시장 사태에 대한 우리 외환시장의 반응은 지나친 측면이 있으며 과도한 반응은 급격한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