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말 세제로 빨래를 하다 보면 여러 번 헹궈도 뿌연 물이 계속 나올 때가 있다. 제올라이트 때문이다.
제올라이트는 완전히 물로 헹궈지지 않고 건조 후 미세한 먼지로 남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센물을 단물로 만들어 주는 경수연화 효과를 내고 분말 입자가 잘 엉키지 않도록 하는 등 분말세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금껏 제올라이트 없이 분말세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의 한 세제제조 회사가 세계 최초로 제올라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화제다.
새로운 소재는 고분자전해질인데, 이것은 물에 쉽게 녹아 물속에 있는 금속이온(주로 칼슘, 마그네슘 이온)들과 먼저 이온결합을 한다. 이렇게 되면 물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해서 때를 빼주는 계면활성제가 매우 활동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깨끗한 세탁이 가능해진다.
이 신소재는 분말세제의 제조 프로세스까지 바꿔 제품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한, 제올라이트보다 경수연화 효과가 2∼8배까지 높고, 제올라이트 양의 8분의 1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제제조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고분자전해질은 세탁기 속의 물 온도를 높이는 열교환기에 자주 발생해 고장의 원인이 되는 스케일까지 막아준다. 스케일은 금속을 가열할 때 생기는 산화물층으로, 고분자전해질이 스케일의 원료인 물속의 금속이온 성분들과 결합해 물에 분산시켜 버리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