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충격파 크지 않을 듯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국내 손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이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파생상품 등에 7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중 국내 증권사는 리먼브러더스의 ELS에 투자한 규모가 3억9000만달러(원환산 4000억원) 수준이지만 돈을 주고 받는 거래 형태가 아닌 명목상 거래로 투자 위험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나머지도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유동성 공급(LP) 물량으로 리먼브러더스의 물량을 인수한 후 LP 업무를 대신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 관련 ELS 노출 규모가 전체의 1.7%에 불과해 국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베어스턴스 파산 이후 대형 증권사들은 금리위험을 헤지만 하는 형태의 ELS가 많이 늘면서 투자위험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경우 대출 3000만달러, 유가증권 9000만달러로 총 1억2000만달러가 신용위험에 노출됐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볼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신용위기 사태로 많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 시장과 기업실적도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금 위기에 처한 외국인들의 해외 자산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차입금 유치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글로벌 시장의 자금 압박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신흥시장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 상승으로 가산금리가 높아져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외평채 발행을 연기한 것도 결국 글로벌 금융기관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며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면 신흥시장 전반의 투자가 위축되고 신흥시장 성장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은 물론 미국의 기업실적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