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미래경영] 고객 마케팅- "감동이 있는 곳 감성은 배가 된다"

 최근 삼성전자 A4 컬러 레이저복합기가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 지난 2006년 11월 컬러 레이저복합기를 처음 출시한 지 불과 20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소비자 대상의 컬러 마케팅 활동의 성과로 풀이하고 있다.

 그동안 마케터들은 소비자가 제품의 기본적인 가치에 근거해 이성적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 존재로 생각해왔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논리나 이성보다는 기분이나 감정과 같은 감성적 반응에 따라 구매가 달라진다는 것. 삼성전자의 컬러 마케팅은 바로 이러한 감성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미래의 마케팅은 그날그날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감성 마케팅으로 결정된다.

 ◇감동이 있는 곳을 찾아라=감성 마케팅의 가장 치열한 승부처는 스포츠 분야다. 최근 열린 베이징올림픽은 기업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고객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글로벌기업이 모두 베이징으로 달려갔고 올림픽이 끝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결과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스포츠의 감동과 흥분을 자사 이미지와 제품에 투사시킬 수 있는 이 행사는 기업들에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의 마케팅전 승리는 삼성전자에 돌아갔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단일 종목 최대 규모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후원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인지도와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이 같은 마케팅은 앞으로도 지속된다.

 현대차 측은 “스포츠 마케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를 바탕으로 활발히 진행된다”며 “현대차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장기간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공식 후원사(FIFA Partner)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남미 월드컵을 포함해 FIFA가 주관하는 약 44개 대회에 차량 제공을 포함한 공식 협찬을 실시한다.

 금호타이어는 이영표 선수가 최근 이적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후원한다. 금호타이어는 네덜란드 1부 리그팀인 아도 덴 헤이그(ADO Den Haag)와도 공식 후원계약을 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활동한다.

 ◇고객의 시선을 모아라=감성 마케팅의 또 다른 형태는 기존 제품의 이미지와 판매 영역을 파괴한 방식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의 손과 눈 끝을 자극하는 마케팅이다.

 BMW코리아는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잔디광장에 대형 큐브 모양의 이색 쇼룸을 마련했다. ‘미니 큐브(MINI Cube)’라 명명된 임시 전시장에는 특별히 개조된 미니 DJ 카와 미니 클럽맨,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전시한다. 자동차와 바다라는 두 개념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시원한 바다와 젊음이 어우러지는 이곳이 바로 미니 브랜드와 가장 잘 조화되고 고객의 뇌리에 제품을 각인시키기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초 햅틱폰 출시와 함께 오픈한 코엑스 익스피리언스 갤러리에는 애니콜 신제품인 소울과 햅틱 제품 체험뿐만 아니라, 터치패드를 활용한 게임 이벤트 등이 진행되고 있다. 손끝으로 직접 느껴보도록 하는 마케팅의 대표적 예다. 이 마케팅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주 중 평균 1000명, 주말 평균 2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한다.

 쌍용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로는 처음으로 홈쇼핑에 과감히 자사 차량을 내놓았다. 고객의 시선이 모인 홈쇼핑을 활용한 사례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형 ‘it Style 액티언’에 이어 중형 SUV인 2009년형 ‘Real SUV 카이런’도 홈쇼핑을 통해 홍보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업체와도 손잡는다. LG전자는 상반기 개최된 ‘2008 부산 국제 모터쇼’ 메르세데스-벤츠 부스에 엑스캔버스 TV를 함께 전시했다. 벤츠가 기술과 디자인을 선도한다는 점과 LG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디자인과 기술의 조화가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바로 벤츠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LG전자를 떠올리도록 고안된 기법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라=독자 브랜드는 고객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효율적인 방법이다. 전자부품업체들이 그동안 펼쳐온 독자브랜드(PB) 구축이 최근 결실을 보면서 앞으로 이 같은 작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단자공업·에스피지·삼화전기 등은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PB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커넥터업체인 한국단자공업은 1973년 회사 설립 이래 30년 넘게 영문 사명인 ‘KET’를 자체 브랜드로 써왔다. 한국단자공업 직원들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KET를 알아보는 이들 때문에 브랜드 파워를 실감하고 있다. 소형 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지는 국내외에 팔리는 자사 제품들에 ‘SPG’라는 회사 로고를 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업체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이 회사는 자부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