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미래경영]반도체·디스플레이- 평범 속에 세계1위 비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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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수출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반도체 가운데 메모리 부문과 디스플레이는 이미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국내 기업들이 장악,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취약한 부문이 있다면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시장 규모가 세 배 이상 큰 비메모리반도체. 국내 기업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미래 전략은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지다. 여기에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략은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 장치 산업, 경쟁사보다 반 보 앞선다=반도체 시장은 철저한 선점효과가 나타나는 장치 산업이다. 경쟁사에 비해 출시 시기가 조금만 늦어도 수익성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선점한 업체는 블루오션을 향유할 수 있지만 후발주자가 참여하면 그 즉시 레드오션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업체들 간의 경쟁은 누가 더 빨리 차세대 제품 시장을 선점하는지 하는 타이밍 싸움이 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전략은 이 같은 제품 특성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서 중간 시장을 사장시킬 필요는 없다. 어떻게 타이밍을 조절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지가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고민이자 핵심 전략인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미세하게’라는 3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40% 선이던 1Gb D램의 비중을 칩 개수 기준으로 지난 1사분기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 최근에는 주력제품을 512Mb에서 1Gb로 교체해 가고 있다. 용량 대형화 경쟁에서 딱 반 보만 앞서가겠다는 의도다.

차세대 D램인 DDR3 D램에서는 선발업체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처리속도를 초당 1.333기가비트 이상으로 높여 파워유저들에게 최고의 성능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제조공정 미세화는 이 같은 계획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0나노 공정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50나노 양산에 돌입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갖췄다. 일본은 현재 70∼80나노급. 삼성전자가 대만 등 후발업체와의 생산성 격차를 계속 벌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 프리미엄 전략으로 세계 1위 유지=디스플레이는 이미 세계 시장의 38%를 국내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선도 분야다. 하지만 1위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 LG디스플레이만 해도 올해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것을 제1 과제로 꼽는다.

정부 차원에서는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 간 LCD 디스플레이 패널 교차 구매를 이용, 시너지 효과를 올리자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미래전략은 불투명한 먼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채산성을 맞추면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시장 수성을 위해 수익성이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급 TV 시장에 120㎐ LCD 패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120㎐ 구현 성능에서 앞선 ‘S-IPS’ 기술방식의 인지도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추가 증설 투자 없이도 생산능력을 꾸준히 높일 수 있는 이른바 ‘맥스캐파’와 ‘민로스’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생산 설비의 효율을 30% 이상 높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전략 상품에 주력, 경쟁력을 확보하라=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워낙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모든 제품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전 제품군에서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선택한 방법이 전략 제품을 선정해 적어도 그 제품에서만은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카드 칩(IC)·디스플레이 구동칩(DDI)·MP3용 IC(미디어플레이용 IC)·내비게이션용 AP·CMOS 이미지센서를 5대 일류화 제품으로 선정, 집중 육성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디지털TV(모바일TV 포함)용 반도체·메모리 스토리지 컨트롤러·차세대 스토리지용 반도체의 3개 제품을 추가, 8대 일류화 제품으로 확대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춘 LED 백라이트 노트북PC 패널을 조기에 양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말 소니에 e북 패널을 공급한 데 이어 올 연말께에는 e뉴스페이퍼를 생산하기로 했다. 또 컬러 전자책과 컬러 플렉시블 OLED도 개발, 차세대 기술 경쟁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