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와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은 IB(투자은행)가 시스템보다는 인맥에 의존하고 자산폭락 등 외부 여건에 민감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IB를 지향하는 증권사나 금융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보다 리스크 관련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금융IT분야에 국내기업으로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온 투이컨설팅의 김인현 사장은 최근 발생한 미국 금융사태를 긴박히 바라보고 있다.
이 사태가 국내 금융이나 전 산업에 많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메릴린치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CMA를 소개한 기업”이라며 “자산폭락이 메릴린치를 무너뜨렸지만 금융공학, 리스크 관리 분야가 취약했다는 것도 국내 IB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이번 사태로 금융분야에서 IB 거품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IB 출범 시점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이컨설팅은 오는 25일 ‘투이컨퍼런스 2008’ 행사를 개최한다. 국내 전문 컨설팅 기업이 이처럼 금융과 기업 전반의 IT를 조망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IT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IT가 현업이 요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줬지만 앞으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을 제안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IT인력이 현업을 이해하고 방향까지 제시하는 컨설턴트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이컨퍼런스 2008 행사는 이러한 미래 IT 역할에 대해 조망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그는 “예전에는 모든 금융기관이 회사 상황에 상관없이 경쟁사가 투자하면 함께 투자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한정된 예산 등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하는 시대”라며 “2009년부터는 기업마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차별화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에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나와야 하며 정부의 역할에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사장은 “컨설팅 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 결국 그것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현된다”며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이 나와야 국내 SW 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설팅 산업은 결국 브랜드와 사람의 문제”라며 “정부가 고급 컨설턴트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하고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글로벌화가 가능한 산업이 컨설팅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