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쓰나미 세계 금융시장 덮쳐

연말특수 기대 IT도 후폭풍 불가피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연말 특수를 앞둔 국내 IT산업계로 밀려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90.17포인트(6.10%) 내린 1387.75로 올해 종가 기준 최저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시장 충격이 더해 올해 네 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지난 주말 대비 37.62포인트(8.06%) 내린 429.29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대폭인 51원가량 급등하면서 4년여 만에 1160원대로 올라서는 등 주가·환율·금리 모두 금융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선물거래소 전기전자지수도 지난 12일 대비 5.55% 하락한 5119.96으로 장을 마감했다. 단 하루 만에 미국발 금융쇼크로 전기전자 종목 7조5000억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소리 없이 증발했다. 기관들이 역대 여섯 번째로 많은 774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대형 IT주들도 퍼렇게 물들었다.

 삼성·LG전자 등 주요 전자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은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미국 시장 경기가 장기 침체하면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미국 시장 침체에 대비해 경기 변수를 덜 타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대책을 강구한 상황이지만 사태가 확산되면 대미 수출 비중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도 “글로벌 경기의 핵심인 미국이 어려워지면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 시장이 위축될 것에 대비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마케팅 전략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번 사태가 경기에 민감한 PC나 MP3P 보급 확대에 발목을 잡았다”며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는 3분기 패널 가격이 30% 가까이 빠지면서 업계가 10% 내외를 감산했지만 리먼 사태로 소비심리 위축 상태가 장기화되면 4분기까지 불황을 이어가게 되고 내년 상반기 완공될 패널업체들의 신규라인 물량이 쏟아지면 패널 가격이 끝없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그동안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를 막아왔던 IT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면 적자 개선의 실낱 같은 희망도 허사가 된다는 점에서 변동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달리는 IT 수출 증가율의 마이너스대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의 진행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IT수출마저 주저앉으면 전체 무역수지 기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미국 대신에 개도국, 남미, 중동 지역으로 수출을 적극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 미국발 IT 수출 피해가 다른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IT산업도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에서는 인텔·AMD가 나란히 9%, 10%씩 떨어졌으며, 마이크론은 15%나 폭락했다. HP는 이날 EDS와 합병 후속 조치로 2만4600명 대규모 감원 계획을 내놓았지만, 주가가 3.5%나 밀렸다. 월가에서는 IT 벤처 투자자금이 경색되고 기업 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사업 투자와 기술 인력 고용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체에너지 개발 등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한 부문은 미국 금융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은 16일 오전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 동향을 매일 점검하는 합동실무대책반을 구성하기로 하고 상황에 따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도 수시로 개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외 금융감독당국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 권상희·이경민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