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미래경영] 新경영 전략

[창간특집-미래경영] 新경영 전략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외 기업 `미래 경영` 준비 사례

 지난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만나 보니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지금은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한 어조로 역설했다.

 국가뿐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전쟁인 기업은 5년, 10년 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이미 숨을 멎은 상태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경영을 모토로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약점이 없어야 한다”며 “이는 그만큼 미래를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조직에서는 에너지·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에서 인수합병, 해외 진출, 시스템 고도화까지 기업 경영 관련한 모든 현안이 검토 대상이다.

 우리에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미래 경영’이 새로운 경영 키워드로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IMF 사태로 국가경제가 파산하다시피하고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십년 동안 1등 따라하기로 고속성장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하는 위치에 이른 것도 미래경영을 가속화시킨 요인이다.

 LG의 전략 담당 임원은 “외환 위기 이후 ‘대마불패의 신화’가 무너지고 재계 서열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그룹마다 단순한 준비가 아닌 생존 차원에서 미래를 위한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97년 삼성 계열사의 전략 컨설팅과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 전략 그룹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그룹에서 삼성종합기술원으로, 다시 삼성전자 내 신사업팀으로 이름과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미래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LG도 LG경제연구원 내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미래 관련 연구를 하나의 팀으로 통합하는 미래 연구팀을 신설했다. KT도 가치혁신센터·성장혁신센터·미래사회연구센터·환경경영 팀 등 다양한 조직을 신설해 미래 감성 경영과 환경 경영을 기반한 지속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룹 미래를 위한 준비는 당장 조직 수술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DI는 과감하게 사업군을 통합해 조정했고 LG전자도 조직 대변신을 거쳐 역동성을 키워가고 있다. 새 사업을 위한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삼성이 비메모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행하고 LG는 태양 광 분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첨단 하이브리드차 개발로, SK는 생명 과학·u시티 프로젝트로, 포스코도 신에너지 사업 등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미래를 위한 주요 기업의 준비와 도전은 이제 출발선에 섰고 짧으면 5년 후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

 ◆해외 기업의 미래 준비 사례

 해외 선진 기업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미래 경영의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형태의 미래 전담 조직을 운영해왔다. 대표 업체가 바로 세계적인 정유 업체인 미국 ‘셸(Shell)’이다. 미래 경영의 ‘교과서 사례’로 불리는 로얄 더치 셸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래 시나리오 기법을 도입해 1차 오일쇼크를 예측하고 완벽한 사전 대응에 성공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도 미래지향적인 경영 전략 부서 ‘BT 디자인’에서 그룹 미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비자의 잠재적이고 구체적인 성향을 관찰하고 주기적으로 미래 경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GE사도 새로운 미래 연구 부문을 발족해 미래 예측 기법을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응용하고 있다.

 이 밖에 스웨덴의 에릭슨도 ‘에릭스 포사이트’라는 미래 예측 조직을 구성해 10년 이상 장기적인 전망을 목표로 사회·경제·정치 현황을 추적하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개발 중이다.

 

◆ 루 호프만 호프만 에이전시 회장 기고-미래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생태계를 연구한 게 벌써 25년을 넘어섰다. 지난 81년 IBM이 PC를 내놓을 때 실리콘밸리를 눈여겨본 이후 지금까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이 발생했고 수많은 기업이 부침을 거듭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미래 기업 환경을 가늠하는 데 몇 가지 혜안을 얻을 수 있었다. 미래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결국 ‘소통(커뮤니케이션)’이다.

 인터넷은 세계를 평준화하는 데 기여했다. 칩 제조업체로 시작한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제는 ‘클라우드 컴퓨팅’ 출현으로 새로운 IT 경제 구도가 만들어졌다. 경제 구조와 기업 생태계 토양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미래 인재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과 진정한 소통을 느낄 수 있는 기업에 몰릴 것이다. 미래 고객도 어떤 방식으로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기업을 찾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은 슬로건, 광고, 멋진 브랜드 캠페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PR도 아니다. 열린 방식으로 자신의 개성과 견해를 나누고 행동을 설명하는 CEO와 경영진을 말한다. 위계적인 구조가 사라지는 대신에 평등한 환경이 갈수록 더해지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프렌드스터, 페이스북 등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경험하면서 자란 세대는 비슷한 수단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느낌, 생각 등을 반영한 진정한 통로를 의미한다.

 가장 기술 진보가 빠른 IT업계에서도 이미 이런 시나리오를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조너선 슈워츠 대표는 블로그(blogs.sun.com/jonathan/)를 개설한 최초의 IT 기업 수장이다. 슈워츠 블로그에는 매일 4000명이 방문하고 이들 대부분은 대표로부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회사 직원이다. 미래에 성공하고 싶은 기업은 직원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소통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동기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천개 신규 기업이 출현할 것이다. 산업계도 지금보다 훨씬 기업 환경이 경쟁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 누구도 미래의 확실한 승자를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갖는 점이다. 그것도 단순히 접촉과 통제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진정성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채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