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실감형 엔터테인먼트 기술을 대중적으로 즐기게 된 대표적 사례로 스크린골프를 들 수 있다.
요즘 스크린골프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웬만한 거리를 지나면 스크린골프방 간판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스크린골프가 유망한 창업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전국 스크린 골프방이 3000여곳을 넘어선 가운데 일본, 중국, 미국에서 한인교포를 겨냥한 창업수요가 몰리고 있다. 골프존, 패밀리골프, VR필드 등 주요 스크린 골프업체의 올해 매출이 2∼3배씩 증가했다. 한국인을 열광하게 하는 스크린골프의 흥행비결은 무엇일까.
스크린골프는 한국인의 유별난 골프사랑에 비해 너무 열악한 골프환경의 격차를 줄이는 데 유용했다. 가상현실(VR) 기반의 골프장비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서민에게 골프의 대중화를 열어준 벼락 같은 축복이었다.
스크린골프의 비약적 성장은 게임산업에서 이따금 시도돼오던 VR 기술이 한국 골프시장에서 활짝 꽃을 피운 것으로 풀이된다. 스크린골프의 성장과정을 보면 어떠한 정부지원, 대기업의 시장 참여도 없이 중소기업들이 자생적으로 뻗어나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 놀라운 현상은 지난 90년대 후반 PC방이 골목마다 생겨나면서 거대한 e스포츠(PC게임) 시장이 형성된 사례를 상기시킨다. 스크린골프는 e스포츠보다 훨씬 진보한 형태의 레저산업이다. 우선 e스포츠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만 움직이는 데 비해 스크린골프는 온몸으로 골프클럽을 힘껏 휘두르기 때문에 실질적 체육단련 효과가 있다. 또 e스포츠가 재미를 위해 비현실적 환경설정을 흔히 사용하는 데 비해 스크린골프는 반드시 실존하는 골프장을 모델로 사용자가 착각할 정도의 극사실주의 VR를 지향한다. 요즘은 공이 떨어진 각도에 따라서 스크린골프방의 발판이 기우는 등 사실적인 체감형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아낌없는 기술과 자본이 몰리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감안할 때 스크린골프는 기존 e스포츠의 연장선이 아니라 ‘VR 기반의 신종 스포츠’ 시장으로 간주해야 타당하다. 이러한 VR 스포츠는 간략하게 줄여서 ‘V스포츠’라고 명칭을 붙일 수 있다.
스크린골프에 투입되는 실감형 IT는 HD화, 와이드화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스크린골프 장비는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골프장 전경을 묘사한다. 한눈에 봐도 실제 골프장과는 거리가 먼 컴퓨터 게임 환경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골퍼들은 스크린골프의 그래픽처리 한계를 그동안 머릿속의 상상력으로 극복해 왔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골프장의 HD급 영상을 직접 보여주는 골프시뮬레이터가 등장하고 있다. 실내 골프연습장의 벽면 전체를 골프장 HD영상으로 채우는 신개념 골프시뮬레이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골프체험을 하는 스크린골프는 골프한류이자 최첨단의 실감형 엔터테인먼트로서 진화를 거듭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