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풍요하게 하는 기술들이 급부상했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고도화되면서 삶의 질 향상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2%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바이오·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UN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로 규정한다.
선진 기업들은 고령화 사회에 따른 헬스케어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점치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필립스·인텔 등 다국적 글로벌 기업은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대폭 확장, 헬스케어 수요를 선점하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차세대 의료기기·지능형 로봇 등을 미래 유망 분야로 지목하고 육성에 나섰다. 이들 분야는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없어선 안 될 핵심 산업이다. 고령화 사회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기도 하다. 이들 미래 유망 분야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식어가는 국가 엔진을 재점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를 풍요하게 하는 금맥이다.
삶의 질 향상과 웰빙 요구가 거세지면서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나노기술(NT)·바이오기술(BT) 간 융합 현상이 가속화했다. 급격하게 발전해온 IT·BT·NT가 헬스케어 분야에 스며들었다. 특히 헬스케어가 유비쿼터스(u) 헬스케어로 새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헬스케어와 IT 간 접목은 병원에서나 사용한 의료기기를 집에서도 볼 수 있게 한다. 혈당측정기·전자혈압계 등 일부 품목에 그쳤으나 심전도·체지방분석기·청진기·임상 분석기 등이 가정속으로 파고들어 집에서도 24시간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심지어 워싱턴 주립대에선 가정용 초음파영상진단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기존 의료기기도 IT·NT 발전에 힘입어 한층 첨단화했다. 체온계·청진기 등이 속속 전자화했다. 이로 인해 생체 데이터들은 홈네트워크를 거쳐해 의료기관으로 전송되고 데이터베이스화했다. ‘1인 1주치의 시대’ 내지 ‘평생전자건강기록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내시경 진료에 대한 고통도 떨쳐버릴 수 있다. 내시경 캡슐이 등장했다. 지금은 소장·대장 질병 진단에만 캡슐형 내시경이 쓰이지만 앞으로 위장·식도 등 부위의 질병도 가능할 전망이다. 인체 통신 기술 발달로 인체 소화 기관을 따라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현재 영상진단기기로는 1㎜ 크기의 암을 진단할 수 없지만 앞으론 NT 덕분에 손쉽게 찾는다.
션 휴즈 필립스 디자인아시아 수석이사는 “산부인과 진료실에선 초음파영상진단기가 사라진다. 그 대신 담요 형태의 얇고 가벼운 특수 벨트가 태아를 촬영, 벽에 부착한 반원 형태의 터치 스크린에 태아의 입체 동영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산모에게 보여준다”며 “IT 융합으로 이러한 환자 중심의 편안한 진료 환경 모습이 향후 3∼5년 내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능형 로봇도 한몫한다. 물리치료사를 대신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운동을 돕는 로봇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미 수술용 로봇은 상용화돼 수술실에서 사용된다. 질병, 사고로 손을 못 쓰는 환자의 물리치료를 돕는 의복형 로봇장비도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가정에서 가사와 교육을 돕는 지능형 로봇은 삶을 여유 있게 만든다.
바이오 분야는 사람에게 건강한 장수를 보장한다. 웰빙은 물론이고 웰다잉까지 가능하게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은 암·치매 등의 난치병을 치료, 관절염 등의 만성 질환을 개선한다. 특히 바이오 치료제는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노동력 손실을 메우는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바이오 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사장은 “건강한 삶이야말로 바이오 산업이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집중 연구개발하는 분야”라며 “불치의 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신약 개발에도 절대적으로 바이오 산업이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