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기술 발전 덕분에 한때 공상과학 영화와 만화에나 등장했던 상상들이 이미 현실로 펼쳐졌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흥미진진한 소재로 나왔던 형상기억 합금은 벌써 ‘메모리 브라 와이어’에서 ‘인공위성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된다. 국산 인기 만화영화인 ‘로보트 태권브이’를 당장 만날 수 없지만 고성능 센서와 액추에이터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머지않아 현실로 걸어나올 것이다.
로봇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이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차체에 들어가는 고강도 초경량 금속 소재를 입고 조만간 등장할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부품·소재 기술이 창조하는 세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신경제 시대에는 차세대 부품·소재산업을 근간으로 과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업 환경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소재 분야는 전통산업 전반에도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범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가 ‘신성장동력기획단’을 통해 신소재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이유다.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수요기업과 연계가 필수적인 소재산업은 기업 간 상생 협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수요·소재기업 간 공동 기술 개발과 신뢰성 향상 등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상생 협력을 거쳐 산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수요처인 대기업도 국내 소재기업의 성장 없이는 철저히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각인해야 한다.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입증됐다. 고조선의 멸망에서 한반도에 첫 민족 근대국가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그린 드라마 ‘주몽’에서 보이지 않는 주인공은 철기문화다.
당시 주변 고대국가의 정치 지형도를 변화시킨 데는 초강법을 터득한 한나라의 무기 제조법이 있었다. 다시 말해 주몽의 고구려 건국사는 철기 초강법을 알아내기 위한 눈물겨운 과정이었다. 초강법은 강철검 제조 과정에서 황토 등 여러 재료를 넣어 잘 깨지는 문제점을 개선한 최첨단 기술이었다. 다소 과장일지 모르나 고구려가 중국과 자웅을 겨루며 당시 한민족의 웅대한 역사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이 같은 소재 기술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차세대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민·관의 노력을 집중한다면 미래 신경제 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를 다시 한번 호령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수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kds01@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