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술이 미래다]로봇- 일상 속으로 로봇이 온다

 차세대 로봇이 일상 속에 실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막대한 지원을 했던 지능형 로봇산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차세대 로봇이 지향하는 꿈은 대중들이 가진 전통적인 로봇의 꿈, 기계가 모든 일을 알아서 해주는 노동해방과 다소 거리가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로봇들은 무조건 안락한 생활이 아니라 더욱 가치 있고 즐거운 삶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로봇기술이 21세기에 접어들어 첨단 IT와 결합하면서 인간노동의 자동화를 넘어 훨씬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1962년 미국 GM은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주물을 부을 때 로봇팔을 투입했다. 이후 자동차·기계산업을 중심으로 하루 종일 일하는 산업용 로봇이 크게 확산됐다. 가정에는 진공청소기와 세탁기 등 일손을 줄이는 가전제품이 속속 보급됐다. 카렐 차펙이 꿈꾸던, ‘가정과 직장에서 기계가 인간을 돕는 모던한 현대식 라이프스타일’이 구현된 것이다. 하지만 일손을 돕는 로봇기술의 진화는 여기에서 주춤했다.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육체노동의 자동화가 예상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게 된 것이 주원인이다. 그 대신 인간의 사고능력을 흉내내는 컴퓨터를 기점으로 정보통신혁명이 시작됐다. 컴퓨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진화를 거듭했고 오늘날에는 수억대의 컴퓨터가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글로벌 인공지능 네트워크 망으로 발전했다. 이 정보통신혁명의 여파는 21세기 로봇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로봇은 물리적 노동력과 지능적 사고를 함께 갖추고 사람이 꿈꾸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차세대 로봇의 새로운 얼굴들-

 이명박정부도 로봇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전망이다. 많은 국민은 경제난을 돌파하는 데 첨단 로봇산업이 한몫할 것이라며 국가경제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맞춰서 새로운 로봇제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영상전화기, TV, 오디오에 로봇의 기동성을 결합한 미디어 로봇은 로봇기술이 IT와 결합한 한국형 차세대 로봇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기술의 AV로봇

 스스로·자(自), 움직이고·주(走), 노래하고·가(歌), 춤추는·무(舞) 로봇이 생겨나고 있다. AV로봇이란 사람에게 이로운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즐거움을 주는 데 방점을 찍은 로봇이다. 우리기술이 최근 완성한 AV로봇 로보다임(Robodigm)은 기동성을 지닌 로봇 플랫폼에 음악재생, 영화, TV, 사진보기 기능을 지원해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환경을 지향한다. AV로봇의 주고객인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무선접속을 이용한 영상메일, 콘텐츠 수신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리모컨으로 콜버튼을 누르면 장애물을 피해 주인 곁을 따라다니며 원하는 음악, 동영상을 제공한다. 연말께 시판에 들어갈 로보다임은 음악에 맞춰 주인이 원하는 위치로 굴러가 음악을 들려주고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재롱도 부린다. 연말께 선보일 이 제품은 일본의 뮤직로봇 미우로와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로봇의 진화

 무선 네트워크와 결합한 청소로봇은 이제 방만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에 멈추지 않는다. KTF는 마이크로로봇과 손잡고 3G서비스인 ‘쇼’와 청소로봇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로봇이 개발한 청소로봇, 로보캠은 3G모듈과 카메라, 스피커를 탑재해 실시간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외부에서 휴대폰으로 조정해서 집 안 상황과 노약자를 살피는 홈모니터링 기능도 제공한다. 청소로봇과 이동통신이 만나서 새로운 형태의 로봇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청소로봇의 진화는 평범함 속에도 숨어 있다. 에이스로봇이 출시한 신형 청소로봇은 룸셀렉터라 불리는 적외선 비콘을 방마다 설치해서 거실과 주방·침실을 선택, 바닥청소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청소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한 번 청소한 구역을 구분하는 항법기능이 있어 청소효율이 훨씬 높다. 이러한 항법기능을 갖춘 청소로봇은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인 자동청소를 꿈꾸는 한국주부의 소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원격교육의 혁명, R-러닝

 R-러닝은 통신로봇기반의 원격수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어몰입교육 열풍을 타고 통신로봇으로 원어민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R-러닝이 영어교육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확인영어사는 지방의 자율영어학습센터에서 로봇기반의 원격영상수업을 테스트 중이다. 통신로봇을 켜면 상단부 모니터에 원어민 교사의 얼굴이 인터넷 접속을 통해 나타난다. 통신로봇(교사)은 자유롭게 강의실 내부를 돌아다니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외국인 강사가 직접 강의실에 들어와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생생한 학습효과는 ‘로봇영어’가 훨씬 우위다. R-러닝의 최대 장점은 강사와 학생이 직접 마주하는 오프라인 교육의 학습효과를 온라인 교육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 교육기관은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며 원어민 강사를 국내에 초빙할 필요성이 줄어 훨씬 경제적이다. SK텔레콤도 유사한 형태의 로봇기반 영어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환경이 개선되면서 로봇기반의 교육모델이 국내서 가장 먼저 실용화되고 있다.

 

 ◇로봇이 농촌의료서비스 돕는다

 바쁜 의사, 간호사를 대신해 환자를 돌보는 간호로봇을 농촌지역 의료 활동에 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영상통신이 되는 간호로봇(헬로봇)을 10월부터 청주시 상당구, 청원군 두 곳의 보건소에 투입한다. 간호로봇은 원격제어 또는 자율주행으로 실내외 의료 현장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환자는 로봇모니터에 비친 의료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영상진료서비스를 받는다. 고정된 PC카메라 앞에 서는 기존 원격영상진료의 단점을 극복했다. 간호로봇은 영상진료와 함께 환자의 혈압·혈당·맥박·체온·심전도 정보도 점검할 수 있다. 환자의 생체신호는 무선통신으로 원격지 의사에게 전달돼 적절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이 현장에 없어도 원격로봇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간호로봇은 필드테스트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전국의 보건소, 양로원에서 만날 수 있다.

 

 ◇재활로봇

 물리치료사를 대신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운동을 돕는 로봇이 상용화된다. NT리서치는 질병, 사고로 손을 못 쓰는 환자의 물리치료를 돕는 의복형 로봇장비의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이 로봇장비는 전기모터로 근육의 힘을 증폭시키는 의복형 로봇(로봇슈트) 기술을 물리치료에 응용한 사례다. 강철 프레임과 전동 모터, 컴퓨터 제어장치로 이뤄진 로봇슈트를 입고 스위치를 넣는 순간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손에 털끝만 한 힘을 가해도 근전도 신호를 15개의 고감도 센서로 감지해서 강한 손동작이 나온다. NT리서치는 로봇슈트를 당초 인명구조나 작업용도에 쓰이는 휴대형 중장비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전원, 모터출력 한계를 감안해 우선 장애인의 재활용도에 맞춰 개발하기로 했다. 이 로봇이 보급되면 적절한 물리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불구가 되는 상황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차세대 로봇산업은 첨단 IT환경과 결합하면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통신망과 컴퓨터, USN 환경이 개선되면서 로봇은 일손을 돕는 존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현재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대인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앞으로는 원격지에서 통신자를 직접 대변하는 아바타 로봇을 이용해 현실세계에서도 삶의 영역을 얼마든지 넓힐 전망이다. 로봇의 인공지능도 유무선 네트워킹을 통한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차원으로 성숙할 것이다. 차세대 로봇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의 상상력과 IT환경의 진화에 달렸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