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국 회사라고?’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가 기업에 도움을 줄 만큼 후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제각각 해외 홍보에 나선 때문이다.
특히 IT·반도체·휴대폰 등 개별 제품과 기업 이미지로부터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파생된 까닭에 따로 “한국을 아느냐”고 묻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23일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의 ‘2007 국가 브랜드 맵’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사람 열의 일곱(66%)이 삼성이 한국 회사인 것을 알지 못했다. 영국인의 34%, 미국인의 24%, 프랑스인의 20%뿐만 아니라 인도·필리핀 국민 가운데 42%도 삼성 본사가 한국인 것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조사에서 21개 국가 2089명이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역동성과 첨단기술’을 들어 희망을 엿보게 했다. 하지만 한국산 IT·가전 제품에서 파생된 이미지였다는 게 국가 브랜드의 현주소다.
실제로 미국·인도 국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전문성’을, 대표 산업으로 ‘휴대폰’을 꼽았다. 캐나다·브라질·영국·멕시코·호주·필리핀 국민은 한국 대표 이미지로 ‘첨단기술’을, 대표 산업으로 ‘가전·IT·반도체’라고 생각했다.
주목할 점은 대만·싱가포르·태국 국민의 한국 이미지다.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역동성’이며, 대표 산업이 ‘문화’라고 인식했다. 가장 포괄적인데다 IT 기반 지식산업과 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갈 국가 브랜드 지향점이 문화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위해 작년부터 ‘한(韓)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TV 드라마 ‘대장금’과 ‘겨울연가’ 등이 만들어낸 ‘한류’를 한글·음식·옷·음악 등으로 확대해 국가 브랜드로 확대·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는 ‘한 스타일’ 사업을 통해 오는 2011년까지 한글교육능력검정시험 응시자를 1023명(이하 06년)에서 매년 3000명 수준으로, 해외 한국식당을 3800개에서 76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동안 한복 연간 매출을 2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한국음악 해외 공연 매출액을 1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사업도 담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다. 오는 2011년까지 더 지켜볼 일이겠지만 “상품화할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확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대장금’이 개척한 한류 수출길도 좁아져 지난해 음향·영상서비스 수출액이 2006년보다 7.43% 줄어든 1억5690만달러로 뒷걸음질을 했다.
‘다이내믹 코리아’ ‘코리아 스파클링’ 등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브랜드 만들기도 서로 중뿔났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국가 브랜드를 통합 운영하기로 했지만 불과 6년여 만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10년도 채우지 못한 ‘다이내믹 코리아’처럼 약 5년에 한 번꼴로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 비용을 들이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브랜드 제고 노력이 기업과 사회문화단체 등과 원활하게 소통·연계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 움직임이 있다.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브랜드위원회(가칭)를 곧 발족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펼친 국가 브랜드 제고 노력과 결과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우리 국가브랜드가 올라가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다”며 “뉴욕과 같은 문화도시의 이미지가 서울에 안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파는 물건에 문화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는다면 비싼 값에 많이 팔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특히 “해법은 문화에 있다”면서 “광화문부터 경복궁까지 국가상징가로를 만들고, 인사동부터 명동까지 길거리에서 관광객들이 IT를 실감하도록 만들어 관광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화계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의 적극적인 문화 창달 의지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기억할 역사의 현장이자 소중한 문화유적인 ‘서울시청’ 건물을 무너뜨리는 근본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