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핵심 기술을 응용해 송전탑이나 전신주 변압기 폐 절연유에 포함된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잇따라 개발돼 민간기업에 이전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공업환경연구부 이면주 박사팀은 암 유발 맹독성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을 방사선의 일종인 전자선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17일 에너가이아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PCBs는 변합기와 콘덴서 등 전기설비에 사용되는 절연유에 함유된 염소계 유기화합물질이다. 독성이 강해 인체에 농축될 경우 각종 암과 간기능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스톡홀름 협약이 발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PCBs를 함유한 폐기물을 오는 2028년까지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했다. 국내엔 마땅한 처리기술이 없어 관련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외국에 위탁 처리해왔다.
이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전자선의 강력한 에너지를 이용해 PCBs를 구성하는 다량의 염소 물질을 이탈시키는 방법이다. 상온에서 짧은 시간 내 PCBs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적절하게 처리할 경우 재활용까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최대 1000억원 이상의 외화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에도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기술)의 연구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응용해 PCBs를 인체에 무해한 소금으로 분해 처리하는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술은 PCBs 분해 효율이 99.9% 이상인 데다 유해가스나 폐수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폐기물 처리 공정으로 각광받았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원자력 기술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어우러져 이뤄지는 종합과학으로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파급력이 매우 높다”며 “지난 40여년간 원자력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성숙된 노하우를 민간기업에 전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