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산행을 하게 되면 산 아래 자락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팔고 있는 여러 종의 나물류나 뿌리 등을 종종 보게 된다. 더덕도 그중 하나로 인기가 많다. 그냥 날로 먹을 수도 있고 굽거나 무쳐 놓으면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이자 안주가 된다.
한약재 이름으로는 사삼(沙蔘), 양유(羊乳)라고도 하는데, 좀 더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중국에서 이야기했던 사삼은 우리 더덕과는 좀 다른 잔대에 해당이 되고, 양유가 더덕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이나 맛에서 더덕이 훨씬 향기롭고 강해서 우리나라는 더덕을 사삼으로 많이 써왔다.
더덕을 잘라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끈적일 정도로 진한 즙이 많이 함유돼 있다. 좋은 더덕은 싸한 향이 진하고 감칠맛이 나면서도 매운 듯 쌉싸름한 뒷맛이 강하다. 더덕은 싸한 향으로 간(肝) 기운이 답답하게 정체된 것을 풀어주고 충분한 즙과 영양으로 우리 몸의 진액을 조절하고 보충해주어서 폐(肺) 기운도 돕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오래 간직해서 온 병과 호흡기 계통의 치료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월경통, 유방통, 자궁과 유방의 각종 종(腫)들, 아랫배의 염증, 고혈압, 만성적인 기침, 노인들의 기침, 기관지 염증 등에 응용 가능하다. 물론 앞에 열거한 증상에 다 맞는 것은 아니고, 더덕이 어울리는 경우에라야 효과가 난다. 그리고 더덕 하나로 병이 치료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음식으로 먹는 더덕은 약재로 쓰는 것보다 약효가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철에 더덕요리를 추천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에게 이만큼 좋은 음식이 또 어디 있으랴. 오죽하면 옛 사람들이 좋은 더덕은 인삼보다 낫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