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눈치를 보며 상장을 미루던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에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상반기에 상장을 준비했다가 시장 상황 악화로 하반기로 상장을 유보했던 기업들은 올 하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하든지 상장을 포기하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심정으로 상반기 상장을 유보했던 기업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로 폭락한 증시에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을 진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증권선물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이내에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마감시한까지 상장을 못한 기업은 자동으로 상장포기 처리된다.
◇상반기 상장 유보한 기업들 하반기에 몰려=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안에 상장을 완료해야 할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12개사, 코스닥시장 22개사로 추산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상장기업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저조한 편이다. 또 신규상장 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어 물량소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바짝 몸을 움츠린 상태고, 국내 금융기관마저 펀드 환매 등에 따라 큰 자금을 투자하기 꺼리는 것. 이에 따라 상장기업들의 공모가는 그 어느 때보다 상당한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 윤승환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IB2팀 과장은 “지금 분위기로는 지난해에 논의된 공모가로 책정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당초 계획한 자본조달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간사들도 예비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약미달 사태가 일어나거나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남은 물량을 공모가에 주간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증권이 청약미달로 인해 리스크를 떠안은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비상장사 공모가 욕심 낮추고, 무리하지 말아야=전문가들은 예비 상장사들이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에 욕심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상장한 LG이노텍 허영호 사장은 “공모가에 너무 집착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 회사도 공모가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쳤지만 시초가가 낮더라도 앞으로 기업을 잘 키워 향후 증자과정에서 제값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장의 목적이 단순한 자본조달 외 기업 투명성, 시장 신뢰도 확보 등 다른 이점도 충분한만큼 경영자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본진 한국투자증권 IPO 팀장은 “해외 바이어들은 계약 체결 시 기업의 상장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영업이익률이 높고 자신감 있는 수출기업들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계획대로 상장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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