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에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유럽 미술계는 ‘허스트 신드롬’으로 떠들썩했다.
지난 16일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이틀 동안 열린 ‘현대미술의 슈퍼스타’ 데미안 허스트의 신작 경매에서 54개 작품이 총 7050만파운드(약 1470억원)에 모두 팔렸다. 이는 낙찰액 기준으로 단일 작가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다. 이로써 15년 만에 피카소가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993년 피카소 작품 경매에서 88개 작품이 총 1100만파운드에 판매됐다.
경매작 중 하이라이트는 허스트가 즐겨 작업하는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동물시리즈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운 수조에 18캐럿 순금의 발굽과 뿔을 가진 송아지를 넣은 ‘황금 송아지’는 920만파운드에 판매됐다.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상어를 담은 ‘왕국’은 당초 추정가격의 두 배 이상인 960만파운드에 팔렸다.
선진국 미술시장과는 달리 국내 미술시장은 정부 세제개편안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의 허스트 신드롬이 부럽기만 할 뿐이다.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블루칩 작가 작품들도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불황일수록 블루칩 작품들이 힘을 내 전체 미술시장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대표적 블루칩 작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오히려 ‘위작시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불황 여파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경매회사들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홍콩 진출을 선언한 서울옥션에 이어 K옥션은 마카오 진출을 선언했다. 마카오 카지노 산업과 연계해 미술 경매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K옥션은 11월 일본 신와아트옥션과 함께 마카오에서 경매를 열 예정이다.
한편 먼저 홍콩 진출을 선언한 서울옥션은 현지법인을 통해 내달 7일 홍콩에서 첫 경매를 실시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