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세계 인쇄회로기판(PCB) 시장 주요 업체 가운데 하나인 대만 ‘J3’의 중국 생산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모토로라 등 중국 현지에 진출한 휴대폰 고객사들의 PCB 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대만 J3의 중국 쿤산 생산법인인 ‘유니캡’을 약 2000만달러(지분 95%)에 인수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중국 내 네 번째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PCB 생산기지로는 처음 해외 공장을 가동하게 됐다. 삼성전기 측은 “계약은 했지만 향후 실사단계를 거쳐 최종 인수대금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인수에 따른 현지의 법적 절차는 물론이고 이사회 승인 과정도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유니캡 최종 인수를 결정하더라도 국내 사업장과 제품군 조정 등을 거치게 되면 일러야 내년 초에나 현지에서 양산 가동할 수 있다.
J3사는 전 세계 PCB 반제품(매스램) 시장 3위권 업체며 유니캡은 지난 1997년 중국 현지에 설립한 생산법인으로 지난해 약 7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에 PCB 생산거점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내부에서는 10년 가까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오히려 때늦은 감도 있다. 삼성전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유니캡을 인수하며 PCB 해외 생산기지를 처음 구축하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력인 PCB 사업구조를 고부가 제품군과 보급형 제품군으로 뚜렷하게 재편하려는 이원화 전략이다. 국내 사업장인 조치원과 부산 공장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주력하고, 중국에서 휴대폰용 보급형 제품을 양산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과 인근의 모토로라·노키아 공장의 잠재 수요까지 감안하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비록 노키아나 모토로라를 뚫지 못하더라도 삼성전자의 현지 수요만 잘 잡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갈수록 국내 PCB 업계의 원가 구조가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생산거점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내 PCB 시장이 포화되면서 최근 현지 업체들의 인수 가치가 크게 낮아진 점도 현실적인 이유다. 실제로 현재 중국 PCB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70% 정도로 추산되며, 특히 유니캡은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캡 인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제기된다. 이미 중국 내 PCB 시장이 공급과잉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인수 후 생산 안정화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효과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진출 시점이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제품군도 손익구조가 취약한 휴대폰용 PCB인데다 향후 생산 안정화까지는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쿤산 지역은 ‘리틀 타이완’으로 불릴 만큼 전통적으로 대만계 PCB 업체들의 텃밭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 결정 과정에서는 막판까지 삼성전기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은 중저가 PCB 쪽에서 경쟁이 치열한데 삼성전기라고 예외일 수 없다”면서 “인수 효과는 앞으로 1∼2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