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주 금융위기가 본격 가시화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중소기업들의 은행 문 드나들기가 더욱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전자신문이 국민·우리·신한·기업 4개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대출(잔액 기준) 동향을 파악한 결과, 지난달과 이달(16일 현재)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전월 대비)은 각각 0.4%와 0.57%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특히 휴가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가는 9월은 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적지 않은 기업이 은행 자금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증가율은 2.33%였다. 올해 들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1%를 밑돈 것은 2월(0.89%)이 유일했으며 1∼7월까지 평균증가율은 1.53%였다.
주요 시중은행별 이달 대출증가율은 신한은행이 0.16%로 가장 낮았으며 국민은행이 0.4%,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0.77%와 0.87%였다. 7월에는 기업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이 모두 1%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8·9월 2개월 연속 증가율이 크게 줄었다.
이대건 한국은행 통화금융팀 과장은 “은행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하고 글로벌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올 초까지만 해도 대출경쟁이 심했는데 지금은 자산 건전성으로 은행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어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이번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했을때 리스크 회피를 중소기업을 통해서 하려고 한다”면서 “은행에서 통상 대출을 줄인다고 방침을 정하면 우량 기업들도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모 시중은행 중소기업금융담당자는 “은행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축소) 지침을 내리는 것은 아니며 단지 영업점에서 연체율이 높아지면 문제기 때문에 대출을 조절한다”면서 “실제로 7월 이후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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