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관심사는 과거 철학·이념·정치에서 기후변화·에너지·환경·우주해양 등으로 옮아갔습니다. 이러한 지구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이공계 기본지식을 갖춘 사람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활동영역도 넓어질 것입니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전 지구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공계 인재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으로 △이공계 과목의 흥미유발 요인 부족 △IMF 이후 불투명해진 미래전망에 따른 안정적인 전문직업 선택 △수학·과학 인재를 배려하지 않는 입시정책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 부족 등을 꼽았다.
그는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학생들도 의대·약대에 집중되는 것을 떠나, 이공계 분야로 폭넓게 진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와 약대에 지나치게 인재들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지만, 현 단계에서 집중된 우수 인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50∼60년대 화공과에 인재가 몰리고 나서 20여년 후에 정밀화학·철강·자동차 등의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70∼80년대 전자·물리학과가 인기가 있고 20여년 후에는 유무선 통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의대·약대 등에 우수 인재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요즘은 대학이 기초과학 기능 강화와 공학과의 연계 등으로 우수 인재들이 바이오·신약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창의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미리부터 발굴해 교육시킬 수 있는 영재교육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의 영재교육 대상자가 1∼5%에 달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0.59%에 머물러 이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국가 수준의 영재교육 질 관리 및 제도적 뒷받침 △교육기관별 최적화된 교육프로그램 공급 △중앙정부·지자체·대학·영재교육 관련기관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선진국에 비해 뒤진 인재양성을 앞당기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재교육을 강화하려면 선발과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먼저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증된 시스템과 객관적인 평가가 수반되지 않으면 사교육에 의해 영재에 가깝게 만들어진 학생을 공교육이 떠안을 수 있다”며 “공교육 차원에서 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개발된 평가방법들과 창의재단이 연구한 것을 합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창의성 평가방법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이 지속적으로 영재교육을 이어갈 수 있게 대학입시와 대학교육 시스템도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험과 심화학습 등을 통해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을 받은 학생도 현 대학입시 제도하에서는 입시 준비에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최근 일부 대학부터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를 잘 활용해 초·중고생이 창의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교까지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일반 학생과 동일한 수업을 받는 것은 문제”라며 “창의성을 살릴 수 있도록 대학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창의재단이 영재를 세계 1등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21세기는 사람이 자원이고, 경쟁력인 시대”라며 “과학창의재단이 세계 일류에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교육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서 한 차원 높은 인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