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런던의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새파랬다. 안개와 흐린 날씨로 각인된 기존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청명함이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최초로 일어난 곳이자 자본주의가 싹을 틔운 곳이다. 영국인은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부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가장 ‘쓸 만한’ 수단이 금융산업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러한 영국 산업 기반의 역사와 전통은 인터넷 서비스 활용과 비즈니스에도 묻어났다. ‘쓸 만한’ 서비스는 반드시 통한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글이나 이베이, 마이스페이스닷컴도 영국인의 생활에 이미 녹아들어 갔지만 틈새를 노려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웹2.0 벤처들도 현지에서 뿌리내리며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시장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는 영국 정부의 철학이 한몫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공정한 산업의 틀을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방침에 걸맞게 인터넷 산업에 걸쳐 있는 현지인은 한결같이 어떤 이득을 사용자에게 줄 것인지를 고민했다. 물론 이들 벤처들도 ‘흥망성쇠’ 갈림길에 서 있다.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미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국 취재를 끝내고 돌아온 서울의 하늘도 맑기는 했다. 그러나 눈이 시린 청명함이 아니라 남산 아래 희뿌옇고 탁한 공기가 군데군데 곁들여진 어설픈 맑음이었다.
웹2.0 신화를 꿈꾸는 많은 벤처인의 가슴만큼이나 답답함이 함께 느껴졌다. 그 답답함이 정부의 규제 때문인지, 도전의식의 부족 때문인지, 산업 구조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문제인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한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