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과학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인재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할 주요 선진국들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영재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한발 늦은만큼 철저한 전략을 세워 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영재교육 확대 관건=지난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초·중등 학생 중 영재교육 수혜자 비율은 0.59%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2003년의 0.26%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초라하다.
미국의 영재교육 수혜자는 연령대에 따라 1∼15%며 영국도 1∼5%를 대상으로 한다. 이스라엘은 1∼3%, 싱가포르와 러시아는 1%다. 영재교육 수혜자 저변이 넓다는 것은 확보할 수 있는 영재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 대부분은 1990년대 이전부터 영재교육을 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영재교육 활성화를 선언했다. 지난 8월 2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체 초·중·고생의 1%까지 영재교육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실험 중심의 과학영재학교를 4개까지 확대하고, 부산에 위치한 ‘한국과학영재학교’의 KAIST 부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과학고의 영재교육 내실화를 위해 학생 선발방법을 개선하고, 교육과정도 개편한다. 또 영재를 교육시키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며, 과학고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한다.
전주기적 영재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영재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세계적 연구인력으로 커나갈 수 있게 대학 단계의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교과부는 올해 9월부터 부생연구프로그램(URP) 과제 15개를 선정해, 학부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를 기획·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URP 과제는 내년부터 50여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술인재도 맞춤형 양성=이제는 인재도 맞춤형으로 길러낸다. 범용 인재가 아니라 특수한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 여기에는 기업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KAIST·성균관대 등의 대학이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신설한 반도체학과, 휴대폰학과,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 등이 맞춤형 인재양성 학과의 좋은 예다.
내년부터 건국대가 운영할 기술경영(MOT) 대학원도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다. MOT 스쿨은 혁신경영을 주도할 실무능력과 기술사업화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도 산업계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한다.
지식경제부는 MOT 전문 대학원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사업을 공고했으며 선정된 KAIST에 매년 20억원씩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과부도 우수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육성을 위해 9월 말까지 20개교 이내의 학교를 지정하기로 했다. 마이스터고는 지역 전략산업 및 지자체와 연계, 산업체 마이스터가 직접 참여해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각 학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등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기자재 확충 등 기반구축을 위해 학교당 25억원 내외씩 지원도 받는다. 또 마이스터고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학비 면제 △외국어 교육 △병역제도 개선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경력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우수 인재가 마이스터고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 우수인재 적극 유치=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 우수 인재를 국내로 유입하는 것도 인재양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도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면 국적에 관계없이 등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을 출연연구기관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는 WCU 육성을 위해 각 대학이 연구역량이 우수한 해외학자를 유치할 수 있게 지원한다. 정부는 WCU 육성사업에 올해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연간 1650억원씩 총 8250억원을 지원한다.
해외 우수과학자를 유치해 활용하기 위한 지원제도도 확대된다.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 추진 기본계획을 마련해, 국가석좌연구원제 등 우수인재 국내유입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국제공동연구사업을 확대하고, 선진국과의 양자간 협력을 지속 추진해 기술개발 및 과학인력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이에 대해 박찬모 청와대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살려면 교육·건강보험·주거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며 “우수 외국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면 외에 국내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인프라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인식 등이 전반적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