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파리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프랑스 네티즌 그룹 인터뷰. 서먹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 소재 등으로 이어지자 통역이 불가능할 정도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네 명 모두 MP3를 다운로드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CD를 대여해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보는 것을 낯설어했기 때문에 한국 네티즌에 비해 인터넷 이용이 익숙지 않아 보였다. 파리 시내 공원 곳곳에는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함을 뜻하는 ‘Wi-Fi’ 푯말이 꽂혀 있지만 노트북PC보다는 책이나 커피를 든 사람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인 데일리모션이나 스카이록이 프랑스 기업의 서비스라는 것을 모르는 네티즌도 꽤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침해나 표현의 자유, 인터넷 기업에서 미국의 독점 등에는 각자가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한 의견을 표현했다. 서로의 생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 분모는 인터넷이 정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넓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었다. 2006년 최초 고용법에 반대하는 파리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를 이끈 것이 인터넷의 힘이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시민 운동, 뉴스 댓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인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두어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더디게 가지만 인터넷이란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알고 있는 똑똑한 이용자들이 프랑스 인터넷 산업의 저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