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지방이 경쟁력이다]지방 선도사업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략산업을 광역경제권 선도사업과 어떻게 융합해 갈 것인가.”

지자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번 정부가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한 분야를 중심으로 세부전략을 짜면서 기존 비교우위에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도 함께 이끌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정부가 발표한 7개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추진방안은 권역마다 유력산업 한두 개를 키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7개 권역은 수도권과 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에 강원권·제주권 등 2대 특별광역경제권을 포함한 개념이다.

우선 권역별 핵심 선도사업에 향후 5년간 총 1조9000억원을 집중 투입해 해당산업의 글로벌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각 권역은 선정된 분야를 중심으로 세부사업계획을 수립하겠지만 강점이 있는 전략산업의 경우 정부에 재검토를 요청해 재조정의 여지를 남겨뒀다.

◇대구경북=이동통신과 에너지가 선정된 대구경북권은 풍부한 의료 관련 인프라를 내세워 첨단의료산업을 선도산업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약개발과 의료기기 등 지역의 강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고, 한국뇌과학연구원 유치에도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선도사업에 선정된 이동통신은 로봇과 메카트로닉스를 융합한 개념으로 추진된다. 지역 전문가들은 IT산업 규모가 전국의 20.7%에 이르는 대구경북권을 이동통신 분야로 한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IT와 로봇, 의료기기 등이 융합된 모바일 실용로봇의 비즈니스벨트 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의 산업적 기반을 내세워 대구와 구미, 포항 등을 잇는 그린에너지벨트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호남권의 신재생에너지와 겹치게 되지만 지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공장과 STX에너지, 신일본석유와 GS칼텍스 합작사, 엑손모빌 등 50여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계획하고 있어 지역 차세대 선도사업이 육성될 만한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은 최대의 강점을 지니고 있는 임베디드SW 및 센서 등 핵심기술을 모바일과 에너지, 의료, 로봇 등 전략산업에 녹여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재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뉴IT’에 대한 지자체의 발빠른 대응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이업종 간 융합의 활성화를 꾀하고 대학과 연구소는 체계적인 R&D시스템 및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북=광주시는 차세대 성장산업인 신재생에너지와 현재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광산업이 광역권 선도산업으로 선정돼 향후 사업 추진 탄력과 함께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우선 신재생에너지는 국가 차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집중적인 예산 지원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시는 국가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통해 동북아 신재생에너지 산업 허브 구축을 목표로 오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국비 3조원 등 총 4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 선도산업에 광소재 분야가 선정됨에 따라 지역 주력산업인 광산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광산업은 2단계를 마무리하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500억원의 프로젝트가 확정돼 있는 상태에서 광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자동차, 선반 등 융·복합 분야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R&D특구와 자동차부품클러스터 등 광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할 계획인 신규사업 5개 중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점은 첨단과학산업도시 조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전북도도 호남권 신성장 선도산업으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선정된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도는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풍력·수소 연료전지·바이오에너지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재생에너지단지가 포함된 새만금 지역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지로 조성, 수출전략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대전 충남북=바이오의학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3개 산업이 선도산업으로 확정된 충청권은 풍부한 R&D인프라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것인지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충북에서는 향후 반도체 장비 및 부품의 국제공인평가 인증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태양광·초미세공정시스템(MEMS), LED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분석평가 서비스를 확대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수요자 중심의 전문·예비 인력 프로그램을 운영,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이 강점인 대전지역은 대덕특구 내 생명공학연구원·화학연구원·한의학연구원·KAIST 등에서 축적된 R&D 인프라를 비즈니스로 연계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사업과 국방과학클러스터사업이 이번 논의에서 빠짐으로써 향후 사업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부산과 경남=‘환태평양시대의 기간산업 및 물류 중심지’라는 광역경제권 산업비전과 함께 제시된 동남권 선도산업 후보는 수송기계와 융합 부품·소재다.

동남권은 이미 부산에서 3기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초정밀 융합부품’을 지원·육성해 왔기에 이번 동남권 선도산업으로서의 융합 부품소재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부산테크노파크 부품소재기술연구소는 지난 3년간 지역 부품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부품소재 종합기술지원사업을 펼쳤고, 그 결과 원신스카이텍 등 24개 참여기업의 매출이 평균 33.3%, 고용은 8.7%씩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전략산업기획단은 이번 선도산업이 단순 부품이 아닌 첨단 융합부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부산의 IT와 인력에 경남의 기계와 조선, 울산의 자동차, 조선, 화학 등 기업체가 결합하면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 성장동력의 대표 산업으로서 첨단 융합부품 산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융합 소재 분야에서도 울산의 정밀화학사업단, 부산대 국가핵심연구센터 등 이미 구축된 충분한 인프라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하이브리드 소재 등 첨단 소재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송기계는 경남의 기계와 항공산업, 울산의 조선과 자동차 산업을 양대 축으로 부산의 조선기자재까지 동남권 3개 시도의 핵심 전략산업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광역사업으로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추진 과정도 순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성장하기에 가장 유력한 산업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각 권역은 기존 강점이 있는 전략산업에 IT를 적절히 융합해 새로운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켜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정재훈기자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