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최고의 공대를 향해 뛴다’
조지아테크는 미국 내 공과대학 평가순위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4위를 차지했다. 조지아테크는 MIT, 스탠퍼드, UC버클리에 이어 미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공대 중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공학(1위), 항공우주(2위), 바이오의료(3위), 기계(4위), 전기전자통신(5위) 등 공학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지아테크는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대도시인 조지아주 애틀란타시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도심지 한가운데에 캠퍼스가 있어 애틀랜타 대표기업인 코카콜라 본사와 마주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될 당시, 많은 경기를 조지아테크의 체육관과 수영장에서 치러 세계인에게 캠퍼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지아테크는 지난 1885년 ‘Georgia School of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1948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MIT나 캘리포니아공대(칼테크) 등 미국 내 공대들이 사립학교인 데 비해, 조지아테크는 공립학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900명에 이르는 교수진과 1만8000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미국 남부 최고의 명문대로 꼽힌다. 산업계와 친밀한 실용적인 학풍으로 성과중심 문화가 캠퍼스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조지아주 해안도시인 사바나에 새로운 캠퍼스를 설립, 학부·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면서 프랑스·싱가포르·아일랜드·중국 등에 분교를 두고 있다.
조지아테크는 지난 7월 게리 슈스터 교수가 신임총장으로 취임하면서 1차적인 목표로 ‘전미 톱5 공대 유지’와 ‘글로벌대학’을 기치로 내걸었다.
우선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신입생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입학점수로 평가할 때 미국내 공립학교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남부의 이공계 거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그동안 공대에 비해 뒤처져 있던 자연대까지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우수교수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전국적인 규모의 리크루트 활동도 전개해나가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도 대폭 낮출 계획이다. 현재는 학생 20명에 교수 1명꼴이지만, 이를 16명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미국 공대 순위에서 조지아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UC버클리(11명당 1명), 일리노이대(14명당 1명)에 비하면 교수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 인턴십과 산업계 인턴십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졸업생 3분의 1 이상이 국제적인 연구 경험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종만 조지아테크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4위권 학교가 톱3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연구개발(R&D) 확대와 대외협력 강화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용적인 학풍을 중요시하는 학교답게 졸업시까지 연구경험이 있는 학부생의 비율을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지아테크는 산업을 기반으로 미국 내 공대 서열에서 톱5 위치를 유지하는 한편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고 개척해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연구활동을 펼쳐왔는데, 앞으로는 전자, 통신, 나노, 바이오 분야를 강화하면서 조지아테크의 강점인 융합연구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조지아테크 컴퓨터학부는 미국 내에서 최초로 로봇 관련 융합연구 박사과정을 개설했다.
여기에 양적으로, 질적으로 학교의 명성에 걸맞은 결과를 쏟아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관심분야인 에너지 관련 교수를 확충하는 한편 나노팹 시설도 세워 연구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혜선 전자계산과학공학부 부학부장은 “조지아테크에서는 지금 있는 문제를 풀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미래를 바라보고 발전해나가는 것을 추구한다”면서 “연구에 성과물들이 폭발적이기게 학교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테크는 사립학교들과는 달리 공립학교로서 사회에 많은 연구성과와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학계 중요 관심사중 하나인 융합연구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바이오, 나노, 고성능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연구의 가능성을 엿볼 생각이다.
게리 슈스터 조지아테크 총장은 “21세기 선두 공대로 우뚝 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에너지, 환경이 인류에게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만큼, 우리는 이에 맞는 획기적인 솔루션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산학협력
‘친산업 상아탑의 대명사.’
조지아테크는 산업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론보다는 실용에 가까운 연구를 전통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산업계에서 조지아테크의 오랜 친구로는 포드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조지아테크와 포드는 지난 1977년부터 30년 이상 인턴십과 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해왔다. 조지아테크 내 많은 연구실이 포드와 관련된 연구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또 조지아테크에는 포드가 세우고 이름을 붙인 환경과학기술동이 있는데, 이곳에는 최첨단 설비를 갖춘 강의실과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조지아테크의 파트너에는 국내기업도 있다. 대표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아날로그와 RF가 강한 조지아테크에 지난 2005년 디자인센터를 세웠다. 이곳은 RF제품 중 핵심부품인 IC를 연구개발하면서, 한국 본사에 기술을 이식하는 역할을 한다. 1년에 20∼25건의 설계자산(IP)을 쏟아내면서 삼성전자·인텔·모토로라 등과의 표준화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만큼 센터의 역할은 방대하다. 조지아테크와 삼성은 산학협력으로 서로 ‘윈윈’한다. 조지아테크는 삼성 브랜드를 등에 업고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로선 학계 최고의 RF연구능력을 보유한 조지아테크의 인프라가 부품경쟁력 제고에 천군만마 역할을 한다.
조지아테크가 이처럼 산학협력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조지아테크만의 인턴십 프로그램과 튼튼한 협력 교육프로그램 덕분이다. 조지아테크 프로페셔널프랙티스(DoPP)는 1912년에 설립됐는데, 미국 내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협력 교육프로그램이다. DoPP는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실제로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부생 프로그램은 기업체에서 전일 근무하면서 학기를 마치면, 조지아테크의 공식 강의학기 이수로 인정해준다. 이는 1983년에 생겼으며, 미국 내 최대 프로그램이다. 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은 특정 분야에서 최대 2학기를 기업체에서 전일 또는 파트로 근무할 수 있게 학교 측은 허가한다.
해외 프로그램은 상호문화 경험과 국제기업을 원하는 대학원생에게 인턴십을 장려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수는 3000명을 넘는다. 1000여개 기업·기관이 조지아테크의 학생을 고용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조지아테크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부생 협력프로그램은 US 뉴스&월드리포트로부터 5년 연속 미국대학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지아테크를 빛내는 ‘한인교수’ 파워
조지아테크는 급성장하고 있는 학교답게 능력 있고 뛰어난 교수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최근 실력파 한인 교수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인 교수들이 이제는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류 공대 만들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박혜선 전자계산과학공학부 부학부장은 지난 2005년 조지아테크에 자리를 잡았다. 조지아테크에 오기 전 미네소타대에서 18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베테랑 교수다. 전자계산과학공학부 설립 멤버로 참여하기도 한 그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데이터분석을 연구, 관련 학회와 교수사회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00만달러의 연구자금을 국가에서 지원받기로 해 학교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조지아미네소타에 대량데이터 및 비주얼분석 센터를 만들고, 더 많은 연구자금을 유치할 것”이라면서 의욕을 보였다. 박 교수는 지난 1981년 서울대 수학과를 최우등 졸업하고 총장상을 받은 수재다.
장승순 재료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7월 조지아테크에 임용됐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류 공대 교수가 됐다. 이는 장 교수의 탁월한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승순 교수는 조지아테크에 오기 전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재료공정시뮬레이션 센터에서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장 교수는 탄소나노튜브(CNT), 연료전지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재료공학부 소속 나노바이오기술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장 교수는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더 큰 기회와 도전을 찾기 위해 조지아테크에 왔다”고 설명했다.
김종만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8월 조지아테크에 부임했다. 컴퓨터아키텍처 전문가로서 멀티코어 설계, 네트워크온칩(NoC), 시스템온칩(SoC), 3차원 아키텍처 등을 연구하고 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에 국내 IT대기업 근무 경험도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 교수는 “미국 유수 대학들과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 조만간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김혜순(컴퓨터과학부), 임성규(전기컴퓨터공학부) 등 30·40대 젊은 교수가 넘치는 연구욕을 불태우며 최고의 학자반열에 이름을 올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미국)=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