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슈스터(GARY SCHUSTER) 조지아테크 총장 인터뷰
― 조지아테크는 급성장하고 있는 일류 공대다.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 학교에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우수한 교수가 많다. 여기에 영리하고 창의적인 학부생·대학원생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학문에 대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과 좋은 시설은 공대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새로 설립할 나노기술 연구동을 비롯, 좋은 연구 기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재정 기반이 필수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학교 전체 운영예산의 15%에 불과하다. 조지아테크는 공립학교기 때문에 학교 예산의 22%를 주정부에서 보조받는다. 나머지는 교수들이 국가와 기업체에서 유치해오는 연구비로 충당하고 있다.
― 다른 일류공대와 달른 조지아테크만의 강점은.
▲많은 공대가 기초학문 연구와 응용 분야 연구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다른 학교보다는 실질적인 응용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학부생들이 국제 연구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조지아테크가 길러내는 인재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 팀 프로젝트에 강하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조지아테크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대도시인 애틀랜타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교통이 편리함은 물론이고 다국적·다인종이 어우러진 문화 속에서 해외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 조지아테크를 이끌어가는 총장으로서 중점을 두는 부문은 무엇인가.
▲21세기 패러다임에 맞게 전 세계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한국, 프랑스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립대, 중국 베이징대·교통대 등 유수의 대학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류 공대로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대학의 핵심은 최고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잘할 수 있는 훌륭한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는 데 신경을 쓰고, 보다 나은 시설을 갖춰 1등 학교를 목표로 나아갈 것이다. 1등이 되는 데 지름길은 없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특히, 조지아테크는 산업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는데, 우리의 연구결과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 교수 채용과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신임 교수는 특정 분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며, 다른 대학에서 교수를 데려올 때는 우리 학교가 부족한 분야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교수의 채용은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 채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젊은 교수들에게는 독립적인 연구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7년차 이상이 되면 보다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받게 된다. 교수를 평가하는 데는 연구 결과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연구 결과를 내지 못한 교수는 다른 학교로 이직하거나 산업계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조지아테크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 학생 선발 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조지아테크는 학생들을 어떻게 길러내고 있는가.
▲SAT 점수, 학문적 소양, 리더십, 폭넓은 사회활동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입학을 결정한다. 조지아테크가 추구하는 학생상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때때로 교수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답만 찾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 더 어렵고 다음 단계인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한국의 대학들과 협력할 의사가 있는가.
▲글로벌 대학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대학과도 협력하는 것을 환영한다. 한국도 물론 포함된다. 카이스트, 서울대 등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대학과 협력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환학생, 교수, 공동연구 프로젝트 등 폭넓은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조지아테크 대학원생 중에는 한국 학생이 많고, 한국은 지난 25년간 놀라운 산업발전을 일궈냈다. 우리는 한국의 대학과 산업계에 관심이 많다. 특히, 삼성의 조지아테크 디자인센터는 국제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이 됐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폭넓고 중요한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세계적인 공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을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정상급 교수진과 열의에 넘치는 학생이 들어오는 대학을 만들어가야 한다. 대학에서 펼치는 연구활동도 결국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하는 것 아닌가.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만 전념하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력 있는 교수들이 모일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교수와 학생 모두를 엄격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 연구활동
조지아테크는 활발한 산·학협력과 공립학교의 장점을 살려 대기업과 정부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조지아테크 연구의 40%는 파트너 기관을 통해 정부자금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조지아테크은 연구와 관련된 전담기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비영리 연구조직인 조지아테크연구원(GTRI)을 설립, 학교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GTRI는 재료공학, 전자광학, 레이더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 관련 연구를 지원한다. GTRI는 13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1억1100만달러에 달하는 연구활동을 수행중이다. 조지아테크리서치회사는 학교의 계약과 기술 라이선싱을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조지아테크은 창업보육 부문에서 4위, 특허 8위, 기술전수에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대라면 벤처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에도 충실해야한다. 조지아테크은 창업을 꿈꾸는 기업가·연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벤처랩과 고급기술개발센터를 세우고, 연구와 기술이 상업화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설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나노기술연구센터가 연내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미국 남동부 최대의 클린룸이 들어선다.
조지아테크는 학부생들에게 교수진과 대학원생을 쫓아 연구활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학부생 연구기회 프로그램(UROP)은 연구활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학부생을 매학기 장학금을 수여한다. 이는 연구활동을 치하하는 총장장학금의 일환이다. 또 지난해는 학부생들이 학술활동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그들의 연구활동을 발표할 수 있는 연구저널도 만들어졌다.
조지아테크는 기존에 강했던 분야 외에 전자·통신·나노·바이오 분야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 조지아테크의 강점인 융합연구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징적인 커리큘럼 중 하나가 컴퓨터학부의 로봇 관련 융합연구 박사과정이다. 이는 미국대학 중 최초로 개설된 것이라고 대학 측은 강조했다. 이 과정은 로봇 및 지능형 머신센터에서 개발했으며, 컴퓨터와 공학분야의 기술을 접목시키고자 한다. 여기에는 컴퓨터를 비롯해 항공우주, 바이오의료, 기계 등이 한데 어우러져 복합적이면서 신개념의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타 동문
조지아테크 졸업생들의 활약은 사회 전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공대라서 산업계나 연구계에 많이 종사할 것 같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미국 대통령도 이 학교를 나왔다. 여기에 우주비행사, IT기업 CEO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조지아테크 졸업생의 특징이다. 이는 조지아테크의 교훈인 ‘진보와 봉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조지아테크 졸업생이다. 그는 조지아에서 태어나 조지아테크를 다녔으며, 조지아주지사를 거친 조지아 토박이다. 카터는 지난 1977년 제39대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카터는 대북 특사로 한국과 북한을 수차례 다녀가 우리와는 인연이 깊은 전직 대통령이다. 지난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972년 아폴로 16호를 타고 달을 밟았던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존 영도 조지아테크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했다. 항공우주공학이 강한 학교답게 조지아테크가 배출한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다.
IT업계 영웅 중에도 조지아테크 출신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AT&T의 CEO를 역임한 데이비트 도만은 조지아테크에서 산업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애플과 내셔널세미컨덕터의 CEO였던 질 아멜리오는 조지아테크에서 물리학 학·석·박사를 받았다.
지난 1993년 중합효소연쇄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기법을 개발, 노벨화학상을 받은 생화학의 대가 캐리 멀리스도 조지아테크가 낳은 학자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을 살펴보면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박병하 상무를 꼽을 수 있다. 시스템LSI에서 RF개발을 맡고 있는 박 상무는 평상시에도 대외 석상에서 조지아테크 박사 출신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정재현 SK C&C 전무도 조지아테크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SK그룹 경영기획실을 거쳐 SK C&C IT서비스 부문장 겸 u비즈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인더스트리사업부문장으로 활동중이다.
정수진 전 어바이어코리아 지사장은 동문회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학계에서는 홈네트워크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포스텍의 서영주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있다. 서 교수는 조지아테크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