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동화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부품소재산업이다.
이제 전자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의 성능과 가격에서 결정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 기반의 제품은 부품 경쟁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제품은 대부분의 기술이 평준화돼 있어 부품을 차별화하지 못하면 큰 성공을 일구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은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 면에서 일본이 우위고 중국은 고도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해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무역흑자는 적잖은 부분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조달하는 수출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 부품소재산업의 대중국 교역비중은 빠르게 증가해 전체 부품소재산업 교역의 25%에 이르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이 제조 기반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할수록 기술 유출 위험은 커지게 된다.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공동화되지 않도록 우수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산·학 연계를 더욱 원활하게 해야만 한다.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한·중·일 부품소재 산업현황 및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범용 부품소재 분야에서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고 부품소재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한국과의 격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미국 부품소재 기술수준을 100으로 잡았을 때 일본은 99.7, 한국은 83.7, 중국은 65.4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18.3포인트지만 5년 뒤에는 9.9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의 부품소재가 미국·일본·한국시장에서 중국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상당히 높다. 중국은 미국 부품소재 시장 점유율이 2000년 4위(5.7%)에서 2006년 1위(15.9%)로 올라섰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에 5위(5.3%)에서 6위(4.0%)로 순위와 점유율이 하락했다.
중국은 일본 부품소재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2000년 2위(11.7%)에서 지난해 1위(23.0%)로 상승했다. 한국도 4위(8.5%)에서 3위(9.8%)로 순위가 올라갔지만 점유율은 중국의 절반도 안 된다. 중국은 한국 부품소재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같은 기간 동안 3위(7.7%)에서 2위(20.0%)로 상승했다.
중국은 12개 업종의 부품소재산업에서 수출액과 점유율이 늘었으나 한국은 6개 업종의 점유율이 떨어졌다. 12개 주요 부품소재 업종중 한국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은 3개 업종(전자부품, 수송기계, 화합물 및 화학제품)에 불과했다. 8개 업종(컴퓨터 및 사무기기 부품, 정밀기기 부품, 조립금속, 전기기계, 제1차금속, 일반기계, 섬유, 고무 및 프라스틱)은 경합하고 있고, 1개 업종은 열세(비금속 광물)였다.
정소영기자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