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4)스탠퍼드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4)스탠퍼드대학

 “스탠퍼드가 서부의 하버드라고? 천만의 말씀, 하버드가 동부의 스탠퍼드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사이에 자리 잡은 스탠퍼드대는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사립대학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자부심도 대단해서 하버드를 ‘동부의 스탠퍼드’라고 부른다. 학교 설립자는 릴랜드 스탠퍼드(Leland Stanford)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겸 상원의원이다. 대륙 횡단 철도사업 등으로 거부가 된 그는 자신의 외아들 릴랜드 스탠퍼드 주니어의 이름을 딴 대학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탠퍼드 주니어는 꽃다운 나이 15세에 장티푸스에 걸려 유명을 달리했다. 스탠퍼드대의 공식 영문명도 ‘Leland Stanford Jr.’다.

스탠퍼드대의 모토는 ‘자유의 바람이 분다(Die Luft der Freiheit weht)’며 학부 학생 6700명, 대학원생 8200명, 교수진은 1800명, 동문은 대략 18만명에 이른다. 제1회 졸업생 허버트 후버는 미국 대통령이 됐으며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다. 학교 규모는 100만평이며 수많은 종려나무와 지중해식 붉은 기와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스탠퍼드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겨낸다.

◇20세기 가장 성공한 대학=스탠퍼드대 설립 인가는 1885년 11월이다. 공식 개교일은 1891년 10월이다. 미국 다른 명문 대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성장해 미국 최고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스탠퍼드대는 1950년대에 30년 계획을 수립해 공학 부문의 정상급 교수를 대거 유치하고 학생과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우수한 시설과 환경을 제공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 평가 지표 중 하나인 US뉴스와 월드리포트 평가에서 스탠퍼드대는 전국 규모 종합대학 중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과 함께 전미 5위권 대학으로 꼽힌다. 스탠퍼드대 학과는 대부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물리학·경제학·공학·철학·영어·심리학·정치학 등이 강하며 경영대·법대·의대 등 전문대학원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학생 수가 많은 종합대학이지만, ‘명예 시스템(Honor System)’을 잘 지키는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시험을 볼 때 감독 없이 학생 양심껏 행동하는 것이다. 연간 6000명의 학생이 다양한 시험을 치르는 데 위반 건수는 50건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예 시스템은 1920년대 시작된 오랜 전통을 지닌 제도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천 대학=전 세계 IT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의 탄생과 발전에서 스탠퍼드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탠퍼드대가 배출하는 인재가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HP·선마이크로시스템스·구글·야후·시스코시스템스 등 거물급 IT 창업자 중 다수가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들이 ‘재미로 만들어 본’ 프로젝트가 오늘날 구글과 야후 사이트가 됐다는 식의 전설적인 스토리도 적지 않다. 스탠퍼드대는 대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한편, 학내 창업도 적극 권장하며 학교의 지식재산권(IP)을 팔아 거액의 로열티 수입을 올린다. 스탠퍼드대 기금운용자회사인 ‘스탠퍼드대매니지먼트컴퍼니(SMC)’는 다른 대학 운용 자회사에 비해 벤처 투자 비중이 높다.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지역적 이점을 활용해 ‘될 성부른’ 회사에 조기 투자한다. 스탠퍼드대 내 지식재산권을 관리해주는 기술특허사무소(OTL:Office of Technology Licensing)는 학내에서 만들어진 연구성과와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주고 각 기업에 적절한 특허를 알선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OTL 라이선스는 구글 검색 기술을 포함해 초고속인터넷기술(ADSL)·DNA 복제 기술 등 1000여개에 달한다. OTL은 2006년에만 신규 라이선스를 109개 추가 등록했고, OTL 36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6130만달러를 로열티로 벌어들였다. 이러한 이유로 스탠퍼드대는 가장 정교한 산·학 연계 모델을 가진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일의 인재를 준비하는 대학=지난 2006년 스탠퍼드대는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30명을 모집해 온라인 영재 학교를 열었다. 이곳 학생은 모두 학업 성취도가 너무 뛰어나거나 지적 호기심이 넘쳐서 일반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다. 미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영국·홍콩 등 세계 영재가 이 학교에서 대학 강의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대부분 학점 선이수(AP)로 인정받는다.

최근 스탠퍼드대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학비를 완전 무료화했다. 이 대학은 최근 새 운영책을 발표, 가족 수입이 연간 10만달러 이하인 중산층 가정 자녀의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 방침으로 스탠퍼드대 재학생 가운데 약 3분의 1인 6000명가량이 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스탠퍼드대는 연소득 6만달러를 넘지 않는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기숙사 비용 역시 거의 무료로 해줄 전망이다. 스탠퍼드대 등록금은 올가을부터 3만6000달러, 기숙사비는 1만1182만달러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교육연구 역량

  연구·교육, 산학협력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 미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스탠퍼드는 오늘날 첨단 공학과 IT산업의 성장을 일궈낸 메카로 평가받고 있다. 숱한 벤처신화를 써내려 온 ‘실리콘밸리’의 생성과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하는 모태기도 하다. 특히 컴퓨터공학 등 공과대는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관련 대학원 졸업생의 5%는 졸업과 동시에, 25%는 5년 안에 백만장자가 된다는 얘기까지 당연시되고 있다.

스탠퍼드는 산학협력과 관련해 전 세계 대학의 벤치마킹 모델이 돼왔다. 지금도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인이 스탠퍼드에서 진행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거치고 있다. 그 역사만 50년을 훌쩍 넘었다. 스탠퍼드는 1951년 기업과 대학의 연계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교내 650에이커의 땅을 ‘인더스트리 리얼파크’로 제공했다. 이후 배리언 연구소를 시작으로 휴렛패커드, 이스트먼코닥 등 150개 기업이 둥지를 틀어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형상을 갖춰갔다.

스탠퍼드는 교수 대비 학생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교수 1명당 학생은 7명 수준이고 이공계는 2명 남짓이어서 교수와 학생 간 긴밀한 관계가 유지된다.

이 학교에는 현재 1829명의 교수진이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의학(43%), 인문과학 부문(29%), 엔지니어링(13%) 등 부문의 교수비중이 높다. 개교 이후 27명의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이 가운데 앤드루 파이어(유전학·병리학)·케네스 애로(경제학)·게리 베커(경제학)·폴 버그(생화학)·스티븐 추(물리학)·리처드 테일러(물리학) 등 16명이 생존해 있다.

‘교육과 연구의 융합’을 모토로 삼고 있는 스탠퍼드는 학제적 연구 활동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최근 1년 새 10억달러 이상의 정부 및 기업 자금이 지원돼 45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4000명 이상의 대학원·학부 학생들의 참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활동으로 스탠퍼드는 지난 2006∼2007년 사이 494개 기술로 5000만달러 이상의 로열티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존 헤네시 총장은 스탠퍼드의 학문적 역량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미래사회 리더십을 강화를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인 ‘스탠퍼드 챌린지(Stanford challenge)’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스탠퍼드는 향후 5년간 43억달러를 조성하고 △건강, 환경 지속성, 국제평화와 안보 등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학제적 연구(14억달러) △유·초·중등 교육(K-12)과 학부생의 교육과 수준 제고(11억7500만달러) △교육·연구 부문 역량 제고(17억2500만달러)의 세 가지 축으로 집중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