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가와무라 마고토 교세라 사장

[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가와무라 마고토 교세라 사장

 3년 전 한국에서는 ‘교토식 경영’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을 겪었지만, 교토에 위치한 부품소재기업들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 등장한 말이다. 고유가, 원자재가 급등, 미국발 경제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지금 ‘교토식 경영’의 대표주자인 교세라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을까. ‘아메바 경영’으로도 유명한 교세라의 CEO를 만나기 위해 지난 7월 말 일본 교토 본사를 찾았다. 위기에 관한 질문에 ‘지금까지 위기가 없어 잘 모르겠다’는 마고토 가와무라 사장의 답변은 기자를 당황하게 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적인 거래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보다는 어렵다. 달러값이 떨어지면서 엔고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 우리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품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품은 가격을 올리기 힘든 사업이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유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등 대외적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악조건을 어떻게 헤쳐나갈 계획인가.

 ▲부품 가격은 올릴 수가 없다. 이것이 하나의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새롭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신제품은 개발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 내놓을지도 연구해야 한다. 글로벌화된 회사는 신시장 개척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새로운 판로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따라서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가 설계단계에서부터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추가적인 투자 없이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세라에도 위기는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앞으로 위기가 올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없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떠올린다면 2001년 일본 IT버블이 일어나던 시절 매출이 8000억엔에서 1조2000억엔으로 급성장했다.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을 고용했는데, 그후 버블이 붕괴됐다. 인력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거리였다. 일본의 많은 회사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하에 구조조정으로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교세라는 사업부를 그대로 두고 인위적인 인력 감원을 하지 않았다. 경영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슬기롭게 대처했다. 49년 전 27명의 사원으로 시작한 우리 회사는 창업자인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하는 회사가 되자’는 원칙을 지켰다.

 ―교세라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다. 앞으로도 아메바 경영 원칙을 지켜나갈 것인가. 또 교세라는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한 ‘교토 경영’의 대표주자다. 교토경영의 특징은.

 ▲적어도 내가 경영자로 일하는 동안에는 아메바 경영을 유지할 것이다. 아메바 경영은 구조다. 항상 점검해야 한다. 사람의 몸에 배면 침체되기 때문에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새로 사업을 같이하게 된 사람에게는 아직 경영이론이 침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교토기업들은 창업자들이 생존해 있다. 창업자의 의지가 강하게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출이 ‘0’에서 수억엔에 달하는 기업을 창출한 것은 창업자의 뜻과 기업의 개성 때문에 가능했다. 교토에는 특별한 창업자들이 많아 기업문화가 많이 발전했다. 교토지역은 일본 내에서 오래된 도시며 새로운 곳을 만들어내는 풍토가 남아 있다.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 중 교토에서 나온 것이 많다.

 ―오늘날의 교세라가 있게 한 원동력은. 미래엔 어떤 비전을 가지고 달려갈 것인가.

 ▲오늘날의 교세라가 있기까지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컸다. 교세라는 세라믹으로 시작했다. 전문분야에서 미래비전을 이룰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쉽게 말하면 지금의 개별 사업부가 ‘미니 교세라’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교세라처럼 발전해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10년 후까지의 사업비전도 세우고 있다. 10년 후 사업은 현재의 기술과 노하우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술이 있다면 연구개발 주제를 발굴하고, 10년 후 어떠한 기술이 가능할지를 사업비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2년 전부터 이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나 자금이 없었기에 사람을 가장 소중히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인재는 역시 가장 중요하기에 미래에도 변함없이 이 원칙은 적용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회사 속의 회사’의 개념인 아메바 경영이다. 또 누가 봐도 일류라고 볼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비전이다.

 ―일본도 저출산,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저출산 문제도 고민이나 이공계 기피가 더 문제다. 교세라라는 기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교토지역 공대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여성엔지니어를 많이 고용하는 것이다.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이 확보가 안 돼 있다. 남자들의 의식을 개혁하면서 여성엔지니어가 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서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것도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국 등 거점에서 기술개발과 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회사 중 인도에서 현지인에게 휴대폰SW 개발을 맡겨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기업들이 기본 원리·원칙에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회사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M&A도 경영의 수법이다. 우리는 산요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한 사람도 감원하지 않는다’는 교세라의 기본 경영철학을 지켰다. 새로운 식구들이 교세라 그룹에서 계속 일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유도한다. 이것은 매출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기업들을 보면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다. 가장 좋은 예가 휴대폰이다. 일본은 휴대폰사업이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글로벌 역량을 배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기업들의 부품소재공단 유치 의사를 밝혔다. 교세라도 일본을 대표하는 부품기업인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 결정은 못 했다. 검토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 절삭공구와 커넥터는 이미 한국에 공장을 두고 생산 및 판매를 한다. 하지만 사업이 성립하려면 고객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수출해 판매해도 고객에게 싼값에 제공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에서 생산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양국 정부 간의 협의가 진전이 없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인가.

 ▲정부 간에 확실한 비전이 없다는 점도 있으나 우리 내부적으로도 아직 비전을 세우지 못했다. 우리의 비전은 고객의 만족도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납품기일이나 품질, 부품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손익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 자체로도 고객과의 비전이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교토(일본)=설성인기자 siseol@

◆아메바경영이란?

 아메바경영은 신속하게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단세포 동물 아메바의 생존원리를 기업에 적용한 것이다. 회사 조직을 공정별·제품별로 나눠 각각의 시장에 맞는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회사 내에 소규모 중소기업이 여러 개 있는 것과 동일한 구조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커져도 사업목적이나 일의 내용에 따라 조직을 세분화하면서 세포분열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경영자와 같은 의식을 가진 리더와 구성원이 생겨나 회사가 성장해도 창업 초기처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직원들이 아메바 조직의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경영자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로 참여하면 ‘남이 해준다’는 사고방식에서 ‘내가 한다’는 사고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사원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닌 회사의 파트너로서 전 종업원이 경영에 참가하는 ‘전원 참가 경영’을 실현하는 경영기법이기도 하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의 경영학 교과서가 된 교세라의 아메바경영은 창업초기부터 현재까지 계속돼 오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

◆기업소개

 교세라는 지난 1959년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7명의 직원과 300만엔을 가지고 세라믹으로 사업을 일으킨 회사다.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교세라에서 ‘아메바 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기법을 성공시키면서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3대 기업인으로 불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는 직원들의 강한 의지가 오늘날의 교세라를 있게 했다.

 교세라는 초창기에 세라믹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파인세라믹 부품, 반도체 부품, 전자소자, 통신장비, 정보기기, 휴대폰, 태양전지 등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시초로 지난 1982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량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산요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교세라는 18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 세계 6만6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조2904억엔에 이르는 일본을 대표하는 부품소재기업이다.

◆가와무라 교세라 사장 프로필

 마고토 가와무라 교세라 사장은 지난 1973년 시즈오카 대학을 졸업한 후 교세라에 입사했다. 절삭공구, 태양에너지 사업부 등을 거쳐 지난 2005년 6월 사장으로 임명됐다. 사장으로 부임한 후 6개월 동안 직접 교세라의 전 공장과 지사를 둘러보면서 현장의 문제점을 살폈다. 경영, 제조, 개발, 기획 등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장으로 부임한 후 교세라의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교세라는 2005년 회계연도에 매출 1조1737억엔, 영업이익 977억엔으로 영업이익률이 8.3%였지만 2008년 회계연도에는 매출 1조2904억엔, 영업이익 1524억엔으로 영업이익률이 11.8%까지 올랐다. 이 같은 성과는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을 충실히 실현한다는 그의 원칙과 맞물려 가능했다.

 마고토 사장은 어떤 사업이건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끼리 상호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궁극적으로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믿음의 소유자기도 하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