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IT기업 CEO 경기 전망 설문조사

[창간 26주년] IT기업 CEO 경기 전망 설문조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내년 경기 수출 전망

 ‘올해 경기는 악화 일로지만 침체의 정점은 지났다. 내년에는 화려한 비상을 준비한다.’

전자신문 창간 26주년을 맞아 이뤄진 CEO 설문을 통해 본 IT산업의 현주소는 현재의 고난과 미래의 희망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는 국내 시장의 경기 악화로 퍼지면서 어느 해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는 경기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통한 비상경영보다는 경기 회복에 대비해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 정부의 IT 및 과학기술 정책 방향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져 이에 정책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인 IT산업의 핵심 동력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166명의 IT기업 CEO 설문에서 드러난 경기 상황과 향후 전망 그리고 현 정부의 정책 만족도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경기 부진 현황과 원인

‘경기는 어렵지만, 내일을 위한 준비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은 올 3분기까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CEO의 59%는 현 경기 상황이 ‘예년에 비해 다소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최악의 상황’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9.6%에 달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국제 금융 위기가 초래한 세계적인 경기 하강 추세의 국내 파급이 가시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8%는 ‘예년과 다를 바 없다’고 응답한 반면에 ‘예년에 비해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선행지수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어 경기 전환 신호가 연내에 가시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상황이 올해 안에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CEO(63.3%)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31.9%에 이르러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의 위기 극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기 불황의 원인으로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외환경의 요인(26%)’을 꼽았다. 하지만 ‘대외 악재와 정부의 대처능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응답이 67.7%로 가장 많아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정책 조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출 변수의 출현으로 기업 전략 수립에 애로를 토로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CEO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 호전에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거나 사업을 확대한 사례에 대해 62.6%의 CEO가 ‘투자 및 사업 확대를 추진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또 20.4%는 ‘아직까지 하지 못했으나 연내에 할 예정’이라고 답해 대다수의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경기 호전에 대비한 활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영 계획 및 매출 확대를 위한 준비로는 신제품 개발(36.6%), 수출 시장 확대·개척(24.1%), 사업 다각화(20.4%) 등의 순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80.8%의 CEO는 ‘사업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을 단행한 사례가 없다’고 응답해 허리띠 졸라매기보다는 과감한 선행 투자와 공격 경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경기 및 내년 내수·수출 전망

‘내년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한다.’

대다수의 CEO는 향후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로 응답한 비율이 52.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주 미국발 금융 위기 직후 삼성·LG경제연구소 등 대다수의 민간 연구소가 현 위기 상황이 정점을 지났으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일치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기 위축이 정점을 통과했으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수요 및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CEO의 비율도 20.5%에 달해, 내년을 기점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은 72.9%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비해 ‘내후년 상반기(12.7%)’ 및 ‘내후년 하반기 이후(12.0%)’로 현 경기 위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4.7%에 달했다.

내년 내수 경기 전망에 관해서는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46.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올해보다는 조금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8.1%에 달했다. 이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신호가 오더라도 이른 시일 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전망은 내년 수출 전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내수 전망과 똑같은 46.7%의 응답자가 내년 수출이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올해보다 조금 좋아질 것(38.3%)’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도 적지 않아,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IT산업의 기대치를 반영했다.

특히 내년 IT 제품의 수출 전망을 놓고 과반수의 CEO(51.5%)가 ‘소폭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비해 ‘현재와 같은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36.5%에 육박했으며,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내년 IT 수출 품목 중 향후 가장 유망한 품목으로 ‘휴대폰(23.5%)’과 ‘반도체(22.3%)’ ‘디스플레이(21.8%)’가 엇비슷한 비율로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이 제품들의 전후방 산업 파급 효과가 어느 품목보다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희망이 반영된 선택이라는 평가다. 뒤를 이어 ‘소프트웨어(14.5%)’와 ‘첨단부품(13.4%)’의 수출이 유망하다고 전망됐다.

한편 기타 품목(4.5%)는 발광다이오드(LED)를 가장 많이 선택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조명 등 다양한 연관 산업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또 태양전지, RFID, 콘텐츠 등도 수출 유망 품목으로 꼽혔다.

◇현 정부 기업 및 IT·과기 정책 평가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휘둘린다.’

출범 7개월째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친화 정책은 아직까지 산업 근저에까지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 평가에 대해 56.4%의 CEO가 ‘기대감과 달리 이전 정부와 달라진 바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오히려 이전 정부 대비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15.2%에 달했다.

이에 비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영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0%였으며, ‘기업 활동을 저해하던 규제가 분명히 개선됐다’고 응답한 CEO는 2.4%에 불과했다.

CEO들은 전반적인 기업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또는 비IT산업 위주로 흐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응답했다. 또 IT 관련 기관의 통폐합으로 공공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 및 예산 집행 연기로 사업에 애로를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은 해외 금융 위기의 여파로 일선 은행이 중소기업 대상 여신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고금리 및 주가하락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CEO도 많았다.

또 경기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제 정책으로 인해 기업 경영 상황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 정부의 IT 및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7%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방향의 긴급한 수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IT 및 과학기술 정책에 만족하는지 묻자 ‘이전 정부에 비해 나아졌다(6.1%)’거나 ‘매우 좋아졌다(0.6%)’고 응답한 비율은 6.7%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CEO는 ‘이전 정부에 비해 나아진 부분이 없다(70.9%)’거나 ‘크게 미흡하다(22.4%)’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CEO들은 현 정부가 IT산업의 위상과 성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부족하고, 선행 개발이 중요한 산업 특성을 고려치 않은 연구개발(R&D) 지원 축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내수와 수출을 망라한 IT산업을 아우르는 리더십의 부재로 인한 장기 비전이 사라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