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투자은행(IB)들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 발효를 4개월여 앞둔 현시점에서 여전히 IB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내 증권사들은 벤치마킹 모델로 여겨졌던 글로벌 IB들이 파산신청, 지주회사 전환 등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원 다변화와 시장확대를 위해 IB 모델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투자, M&A컨설팅, 트레이딩 등 IB 사업은 수익성 다변화와 시장 확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신 ‘글로벌 IB 전략은 유지하되 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증권은 최근 홍콩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1억달러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국내 주식 중개영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홍콩법인 사업부문을 기업금융(ECM·M&A), 트레이딩, 기관 대상 홍콩주식 중개, 자기자본투자(PI) 등 4개 사업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김범성 홍보파트장은 “삼성증권은 규모면에서 글로벌 IB에 비견될 수 없어 목표를 3년 내 홍콩, 중국을 비롯한 지역을 선도하는 IB를 지향해온만큼 전략적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김 파트장은 “홍콩을 중심으로 IB을 역량 강화할 계획이며 이 지역 인력을 50명 이상 확충할 방침”이라면서 “최근 글로벌 IB에서 이탈한 인력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예정대로 내달 M&A파트를 하나의 부서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수익원 확대를 위한 모델로 IB 사업의 일환인 인수합병 컨설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등 PI 투자가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좋은 투자처를 찾으면 자기자본을 활용한 PI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들어 각각 미국법인과 브라질 법인을 세우며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 전략에 변화가 없음을 천명했다.
김희주 대우증권 전략기획팀 부장은 “국내에 60여개 증권사가 난립해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수수료 수익만을 가지고 지속가능경영을 외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PB사업부 부장은 “글로벌 IB들의 금융위기를 거울삼아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기회로 삼게 됐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IB 역량 강화는 물론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강화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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