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로 투자에 나설 때 입니다.”
코퍼스트가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김정호 코퍼스트 대표(47)는 “대기업도 긴축 경영에 나서는 상태에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나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지금이 투자에 적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매출 100억원 안팎의 기업 규모에서 수십억원 이상이 필요한 이번 투자 건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또 이는 반대로 그만큼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외환 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데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환율·유가·원자재 가격 어느 것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일수록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이천 공장 신설은 선진 기술 도입 등 꾸준한 준비를 해와 지금 경기와 상관없이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코퍼스트는 난방기 업계의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1984년 설립 후 25년 가까이 ‘난방 가전’ 한 우물만 고집해왔다. 전기 컨벡터· 전기 라디에이터 등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전문 업체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투자는 코퍼스트 입장에서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시작인 셈이다.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산업용 난방 시스템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주춤했던 해외 시장도 원점에서 새롭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정호 대표는 “유럽을 중심으로 난방 분야의 변화를 감지하고 2∼3년 전부터 산업용 대형 난방시스템 진출을 준비해 왔다”며 “영국계 난방 전문업체와 기술 이전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산화를 위한 모든 준비까지 끝냈다”고 덧붙였다.
코퍼스트가 준비하는 난방 시스템은 기존 난방 기술과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일반 가정집의 난방은 ‘보일러’, 상가 건물은 ‘중앙 난방’ 혹은 ‘소형 열병합 발전’이 대세였다. 이들 난방 방식은 주거 환경에는 적합하지만 공장, 실내 경기장과 같은 공간이 확 트이고 천장이 높은 공간은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온풍기는 뜨거운 바람을 날려서 난방하는 방식인데 이는 넓은 장소나 천장이 높은 곳에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반면 코퍼스트의 난방 방식은 바람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데우고 순화하는 방식 즉 ‘복사 방식’을 사용해 넓고 높은 공간이라고 난방 효과가 뛰어납니다.”
김 대표는 “그간 축적한 노하우와 선진 기술력을 접목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형 틈새 난방기 업체에서 대규모 공간 난방기 분야의 전문업체로 위상을 새롭게 세워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