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나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IT기업의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IT강국 코리아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때가 남가일몽(南柯一夢)처럼 아련하다. 그도 그럴 것이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면 대기업의 몇몇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내세울 만한 IT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미 몇 해 전부터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 가슴에 와닿는다.
미국·일본 같은 기존 기술 선진국인 강대국과 중국, 인도로 대변되는 신흥 국가에 끼어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중소 IT기업이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자신을 냉철히 돌아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비록 원천기술과 높은 생산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과 훌륭한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IT제품의 테스트베드로 각인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신제품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응용력이 세계 IT 기업의 테스트 경연장으로 인식시킨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경쟁력을 십분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빠른 적응력과 응용력을 활용한 ‘미들 솔루션’의 개발이다. 제품 개발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원천기술과 단순히 높은 생산성 외에도 제품의 성능 개선과 가격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미들 솔루션’은 완성품의 한 구성요소에 해당하는 부분품으로서, 어느 한 부분의 성능 개선을 위한 칩에서부터 부품, 소프트웨어까지를 총칭한다. 따라서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미들 솔루션이 새로 개발될 수 있다.
예컨대 모 팹리스 기업에서 개발한 필름 없이도 터치가 가능한 터치스크린용 반도체(ASIC)는 가격절감이라는 경쟁력을 갖게 하는 새로운 미들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미들 솔루션은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IT 중소기업이 이 같은 미들 솔루션 개발에 매진할 때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샌드위치 위기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 물론 디자인 개발을 통한 세트 형식의 완제품의 개발 역시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수많은 미들 솔루션 개발 기업이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트 개발이 아니라 매우 새로운 미들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측에서는 여전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언제든지 도전이 가능한 기업 환경이 조성될 때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할 수 있고 도전하는 기업이 많으면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우수한 IT 인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로열티 강국으로 다시 한번 IT 코리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길은 바로 기술 중심의 미들 솔루션 개발이다. 김창균 아이지시스템 대표ckkim@aijisyste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