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역조 해소 현실적 난제는

 핵심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우선 일본의 독보적인 기술 장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LCD 패널의 기초 소재인 액정과 반도체용 감광액이 대표적이다. 액정은 독일 머크와 일본 치소가 세계 시장을 독점한 품목으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3년부터 5개년간 국책 과제로 개발해왔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감광액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업체인 동진쎄미켐이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력은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주소다.

 일정 규모 국내 소재업체들에서 자체 조달하는 품목도 그 비중을 늘리기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PCB나 반도체 웨이퍼, LCD용 편광판 등은 삼성·LG·하이닉스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만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협력사가 그리 많지 않다. 삼성·LG·하이닉스 등 전 세계 IT 시장 선두 업체들이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자칫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탓에 핵심 소재 국내 조달 비중 확대에 선뜻 나설 수 없는 게 고민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기초 소재 분야에서는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국산화를 시도하거나 국내 조달 확대를 꾀했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맞을 수도 있다. 삼성·LG·하이닉스 등이 형식상 ‘갑’의 지위지만 일본 업체가 공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기라도 하면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실천은 가능하다는 게 한목소리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대만의 대기업은 사정이 나빠지면 자국 내 조달 비중을 확대하는 등 똘똘 뭉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우리와 비교할 때 결국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차이는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