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e베이의 국내 오픈마켓 석권이 눈앞에 다가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는 25일 옥션의 최대주주인 e베이의 G마켓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베이는 이에 따라 국내 오픈마켓 1, 2위 업체를 소유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됐다. e베이는 G마켓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지난 5월 24일 사전 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옥션과 G마켓이 기업결합을 하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이 87.2%에 달해 경쟁 제한이나 수수료 인상 등의 우려가 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의 특성상 새로운 경쟁 사업자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오픈마켓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신 △향후 3년간 쇼핑몰 등록판매자에 대한 판매 수수료율 인상을 금지하고 △등록 수수료와 광고 수수료 단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에서 올릴 수 있으며 △중소 규모의 판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공정거래법 준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권상희·김규태기자 shkwon@
<뉴스의 눈>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업결합 심사 조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상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결정은 시장점유율만을 고려해 (기업결합) 금지 명령을 내리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의 환경을 감안해 내린 첫 사례”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위는 두 회사가 오픈마켓에서는 90%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전체 인터넷 쇼핑시장에서는 30%대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오픈마켓은 2004년 1조4000억원(거래규모 기준)에서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전체 인터넷 쇼핑시장(15조8000억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오픈마켓과 일반 쇼핑몰의 판매 수수료와 대금 정산 기간이 달라 전체 시장에서는 경쟁제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e베이가 선두 두 업체를 모두 소유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독과점 등을 초래하기 힘들다고 해석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NHN과 KT 등은 전체 시장이 아니라 각각 인터넷광고 시장, 초고속인터넷 시장이라는 특정 분야 내에서 시장지배력을 중시했다”며 “오픈마켓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특정 업체에 시장 지배력을 허용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놓고 옥션과 G마켓의 최대주주사인 e베이와 인터파크 측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존중하며, 매각 논의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쇼핑 중 오픈마켓 시장은 인터넷 상거래에서 성장하는 분야인데다, G마켓과 옥션 양사가 양분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 뛰어든 11번가는 아직 미미하고 GS이숍, CJ몰, 디앤샵 등 대형 쇼핑몰도 사실상 오픈마켓 철수를 시사한 바 있다. 업계는 오픈마켓은 전자상거래 중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이번 기업결합 허용으로 국내 오픈마켓에서 e베이 계열만이 살아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1번가 측은 “관행상 수수료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수수료율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