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9차 국제 공통평가기준 콘퍼런스(ICCC)가 성황리에 열렸다. 27개국 보안 담당자 400여명이 참석한, ‘성황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행사였다. CCRA 관리위원장과 주요 해외 연사들은 “원더풀!”을 연발하며, 주최 측에 박수를 보냈다. 최첨단 정보보호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인 국제 공통평가기준(CC)의 로드맵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듯, 안전한 행사의 가장 큰 도우미로서 정보기술(IT)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개최 장소인 신라호텔에서 한 달 전부터 테러 대비 훈련을 치른 것을 포함해 RFID를 이용해 신속하게 참석자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했으며, IT를 활용해 참석자 실시간 통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IT 강국이 치러내는 행사답다는 호평이었다.
이는 과거 ‘음지에서 활동하며 양지를 지향’했던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완벽하게 탈바꿈한 국가정보원이 올해 총력을 다해 치러낸 행사였다. 27개국의 인증기관 담당자들을 초청해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인증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대규모 행사를 치러내는 것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게 활동하던 정보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제 국정원의 가장 큰 역할은 ‘산업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만난 브로커가 얼마나 안전한 사람인지를 알고 싶을 때, 기업의 중요한 정보가 혹시 해외로 새어 나가는 것은 아닌지 알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기관이 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한 국정원을 기업은 친근하게 ‘정원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원씨한테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어?”라면서.
물론 기업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아직은 많다. ‘인증’이라는 제도를 쥐고 있는 기관인만큼 보안업체에는 ‘갑’의 지위를 보이기도 하고, 수출과 제휴활동을 기술유출이 아닌지 의혹의 눈으로 쳐다볼 때도 많다. 그래서 더욱 더 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친구 같은 관계가 돼야 한다. 산업의 진정한 친구로서 ‘정원씨’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문보경기자<정보미디어부>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