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외환 스와프시장에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꽁꽁 얼어붙어 있던 외화자금 시장이 살아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 이외에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조만간 의회를 통과하면 자금시장이 다시 정상을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 발표가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위기가 지속하는 한 외화자금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정부 "외화유동성 최소 100억 달러 공급"
기획재정부는 이날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다음 달까지 최소한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도 부족하면 달러를 더 풀 예정이며 한은이 공급하는 달러까지 합하면 더 많은 달러가 스와프 시장에 풀릴 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급하게 이러한 방침을 밝힌 것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1주일짜리 `론(차입)`도 없어져 모두 하루짜리 달러 차입인 `오버나이트`로 거래하고 있다"며 "가장 타격이 큰 부분이 외화유동성"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달러 유동성 공급 조치와 함께 미국의 7천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조만간 의회를 통과하면 자금시장 경색도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과천에서 열린 제10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미국의 7천억 달러 구제금융이 내주 중 통과되면 미 금융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예견된다"며 "외환자금 시장의 자금 부족 상태에 대해 선제적인 노력을 해 외자시장에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도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미 구제금융 방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국제 신용경색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런 사태가 지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필요하면 한은도 외환 스와프 시장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 스와프시장에 상당한 규모로 달러를 공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100% 의존해서는 안 되며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은행에 직접 달러를 대출하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외환위기 당시에 중앙은행이 은행에 달러를 대출해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 외화자금 시장 패닉 다소 진정
정부의 유동성 공급 조치 등으로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던 단기외화 지금 시장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이날 외환 스와프시장에서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스와프포인트는 1개월 물 기준으로 전날 수준인 -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스와프 포인트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3일 -10.0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외환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24일 -8원, 25일 -5.5원 등으로 하락 폭을 줄이고 있다.
스와프포인트의 하락 폭이 줄었다는 것은 달러화 자금을 현 시점에 빌리고 나서 나중에 갚으려는 수요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달러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스와프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하면서 전날보다 4원가량 낮은 1,154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은행들 "정부조치 늦었지만 환영"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최악의 상황이 지난 가운데 나온 뒤 늦은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 은행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단기와 장기 모두 공급해줘야 하지만 유동성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이 초단기를 많이 원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스와프포인트가 올라가 업체들이 선물환을 팔면서 다시 스와프포인트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고 달러가 더 많이 풀리면 최소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받침대(구제금융법안 통과)가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도약하기는 어렵고, 최소한 10월은 넘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나은행의 자금 담당자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전했다.
<연합뉴스>